재정경제부가 추진 중인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안이 보건복지부와의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재경부가 8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재경부가 국민연금기금을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놓는 조항이 신설돼 있어서다. 재경부는 이날 개정안 보도자료에서 '우체국 예금등의 의무예탁 조항이 폐지된다'는 등의 규제 완화 부분만 엄선해 강조해놨다. 그런데 보도자료엔 소개되지 않은 개정안 내용에는 '재경부 장관이 기금관리자에게 여유자금을 관리기금에 예탁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금 관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6조2항)이 숨어 있었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복지부나 연금 전문가들은 문제의 조항의 '응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2000년 이후 폐지된 국민연금 의무예탁을 필요에 따라 재개시킬 수 있도록 하는게 아니냐며 발끈하고 있다. 이에 재경부는 9일 "개정안 6조는 공자기금 재원조성을 위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 것일 뿐"이라며 복지부 등의 반발을 '언론플레이'로 일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경부 해명마따나 필요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것이라면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 그만일 일이다. 굳이 '특별한 이유 없으면 (반드시) 응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붙여놓은 것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마당에 누가봐도 '강제성'이 농후한 문구를 넣어놓은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해한 일이다. 더욱이 재경부가 과거 국민연금기금을 낮은 이자에 끌어다 쓰며 결과적으로 기금에 손실을 입힌 '전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재경부는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이 손실분에 대해 법상 '이차를 보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전하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해 물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질 않은가.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 불신이 하늘 끝까지 치달아 있는데는 월급에서 매달 뜯겨나가는 알토란 같은 돈을 정부가 쌈짓돈인양 써대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적'으로 바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첫손에 꼽고 있다는 점을 재경부 관계자들은 결코 잊어선 안될 일이다. 김혜수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