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1일 '현·선물 연계 시장감시스템'을 개발,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현물시장(주식시장)과 선물시장을 연계한 불공정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사실 이 시스템은 '반쪽짜리'나 마찬가지다. 선물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만 감시할 뿐,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선물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는 감시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선물거래법은 처벌근거를 두고 있지만 증권거래법에는 처벌 근거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 사례 2 적립식펀드와 함께 증시 수요 기반으로 급부상한 변액보험. 명칭은 보험이지만 사실상 펀드에 가깝다. 실제 일부 변액보험은 수탁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다. 주식형펀드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 펀드에 비해 투자 정보는 미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인·허가 과정에서 보험업법을 따르다보니 일반 펀드에 비해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이처럼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불공정거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데다 첨단 투자상품이 늘어나면서 기존 법 체계로는 감당하기 힘든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거래만 해도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챙기는 '고전적' 주가 조작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내부자거래는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은 2001년 152건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76건으로 50.0% 줄었다. 반면 이 기간 내부자거래는 15건에서 39건으로 늘어났다. 4년새 무려 160.0%나 폭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내부자거래 규제 수준은 '후진국'에 가깝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국가별 내부자거래 규제 수준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60개국 중 41위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규제 미비로 적발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상의 내부자거래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투자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도 여전하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상당수 판매 창구에선 마치 원금보장형처럼 선전하고 있다. 최근 신규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ELW)도 마찬가지다. 잘못하면 투자원금을 몽땅 날릴 수 있지만 그보다는 고수익 가능성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불완전판매가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3분기 증권사와 선물회사에 제기된 고객 민원만 해도 2분기 174건보다 40.2% 늘어난 244건에 달했다. 특히 적립식펀드 등 간접상품 관련 민원의 비중이 이 기간 4.0%에서 10.6%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여기다 내년부터 펀드 판매 자격이 보험설계사와 투자상담사로까지 확대되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자본시장통합법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증권의 개념이 '제한적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면 금융회사들은 별 다른 제약없이 신종 금융상품을 쏟아낼 전망이다. 허창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투자위험을 숙지할 시간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면 투자자 보호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만들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 못지 않게 투자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현·선물을 연계한 지능형 범죄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한 내부자 거래 △국경을 넘나드는 시세조종 등 최근 부각된 신종 불공정거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액보험처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큰 상품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기 증권업협회 박사는 "동일한 유형의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주체가 은행이든,보험회사든,증권회사든 동일한 수준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도 "신상품 도입 속도가 관련 법규를 앞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증권업협회 등 자율규제 기관들도 고객들에게 투자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