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사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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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나는 이 호각소리에
더이상 놀라거나 실망할 이유가 없어
십이월의 섬에서 고독하게 저녁을 맞는다
(…)
저쪽 언덕 위에서는 위로가
마치 송편 같은 눈으로 아웃된 나를 안쓰러워하며
거울을 비춰주고 있다
머리가 허옇고 눈을 껌벅거리고
장작개비처럼 마른 팔로 책을 들고 있는 한 노인이
등을 구부린 채 골목길을 가고 있다
위로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싶지만
이내 포기한다
나의 카리스마가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아웃,나는 이 호각소리를 무시하고
십이월의 섬에 앉아 카리스마의 독설을 묵묵히 듣는다 -맹문재 '사십대' 부분
이 시대의 사십대는 고독하다.
지고 가야 할 짐은 많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냉정하다.
아랫사람과 윗사람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눌리면서도 크고 작은 불만을 숨죽이고 받아내야 하는 시기.걸핏하면 세상은 그들에게 아웃을 선언한다.
무언가 불공평하다고 느껴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주변을 힐끔거리며 주저앉는 그들.식구들을 위해서 여위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묵묵히 독설을 들을 뿐이다.
사십대이기 때문에.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