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공식 출범한 하나금융지주의 사령탑에 김승유 회장(57회)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은행권의 경기고 인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경기고는 전통의 명문답게 금융계 인맥지도에서도 한 축을 형성한다.


현직 행장만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68회), 김국주 제주은행장(60회), 장병구 수협은행장(60회) 등이 있다.


여기에 고교 2학년때 외국으로 전학간 (따라서 동창회 명부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강정원 국민은행장(65회)까지 합치면 4명이다.


강 행장은 당시 한국은행에 근무하다 외환은행 홍콩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부친을 따라 전학간 뒤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와 플레처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강 행장은 동문 모임에 적극 참석하는 편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외환은행 인수전을 둘러싸고 하나금융의 김 회장과 강 행장의 선후배 대결이 관심거리다.


강 행장의 입학동기인 은행권 친구들로는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인철 산업은행 이사, 김두경 한국은행 발권국장, 오성균 한국은행 강남본부장,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사장(외환은행 사외이사) 등이 있다.


하영구 행장은 은행권 최초의 40대 행장이자 대표적인 경기고 인맥이다.


그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한 뒤 지난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했다.


이어 지난 2001년 48세의 나이에 한미은행장에 선임된 뒤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자 합병은행 초대행장으로 선임됐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이길영 한국씨티은행 감사 등이 동기생이다.


최근 한국HSBC은행 회장으로 선임된 신명호씨(58회)는 경기고 출신 현직 뱅커중 최고참에 속한다.


재무부 국제금융국장과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 등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주택은행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역임한 뒤 한국 HSBC의 성장전략을 도맡아 공격적인 영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는 경기고 및 행시 6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한덕수 경제부총리(63회)가 취임하면서 은행권의 63회 인맥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63회 졸업생중 금융인으로는 이영균 한국은행 부총재보와 손승태 기업은행 감사가 있다.


이 밖에 정현진 우리은행 부행장(66회), 이순철 하나은행 감사(61회), 서충석 외환은행 상무(67회),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72회) 등도 은행권에서 활약하는 경기고 인맥이다.


105년에 달하는 학교 역사만큼이나 은행권의 경기고 인맥은 깊은 뿌리를 자랑한다.


김영휘 전 산업은행 총재(28회·별세), 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29회), 임석춘 전 상업은행장(31회), 이태호 전 수출입은행장(36회),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45회), 주인기 전 상업은행장(45회), 정인용 전 외환은행장(49회·별세), 주병국 전 외환은행장(49회), 허준 전 외환은행장(51회), 이용성 전 중소기업은행장(52회), 김영태 전 산업은행 총재(56회), 김영빈 전 수출입은행장(57회·별세), 양만기 전 수출입은행장(60회) 등 수많은 수장들을 배출했다.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도 경기고 1학년을 마치고 검정고시로 서울 법대에 합격, 경기고 인맥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1974년 고교평준화 이전까지 경기고는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모이는 최고 명문고였던 만큼 정·관계는 물론 금융권에도 잘나가는 인사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다른 명문고들에 비해 응집력이나 선후배 간 밀어주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기 간 사적인 만남을 제외하고는 금융권에 변변한 경기고 동창모임도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일부 인사들은 경기고 출신임을 밝히는 것조차 꺼릴 정도다.


경기고 출신의 한 관계자는 "학연이나 지연으로 대표되는 연줄문화가 타파되는 마당에 경기고 출신이란 사실이 때로는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들려줬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