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내가 눌변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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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57)이 요즘 무척 달라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어눌한 말투에다 "휴대폰이 손 안의 IT기술 허브가 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던 이 사장이 최근 들어 시적 감수성과 비유가 풍부한 '론(論)'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달 부산APEC회의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세계 통신시장의 특허 경쟁에서 총칼을 든 해외 업체에 맨손으로 맞서 왔지만 이제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한 만큼 '목검'이라도 들게 됐다"며 '목검론'을 폈다. 삼성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치열한 시장 경쟁을 헤쳐나갈 선도적인 기술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표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애널리스트데이'에선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는 의미에서 '강아지론'과 '쇠뿔론'을 언급했다.
"시골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5000원에 팔려는 강아지를 3000원에 달라고 했더니 보자기에 싸서 도로 가져갔다.소를 팔러 가도 가격이 안 맞으면 그냥 쇠뿔 한번 쓰다듬고 돌아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발언의 요지였다.
제 값을 받겠다는 프리미엄 전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시골장터 풍경에 비유한 것이다.
이 사장은 지난 1일 열린 '삼성전자 정보통신 파트너스데이'에선 '단짝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파트너'라는 말은 한국어로 '짝'"이라며 "'단짝'인 협력사들이 있어 올해 1억대의 수출물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상생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선 "삼성 휴대폰의 디자인 영감은 한국적 미에서 얻었다"며 "우아하고 세련된 학이나 화려하고 멋진 공작 같은 게 삼성휴대폰"이라고 자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이 던진 각종 '론'들은 그의 경영철학의 정수"라며 "생산대수가 1억대를 돌파하고 첨단기술을 지속적으로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 자신감있는 표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