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보수적으로 잡은 새해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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兪炳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연말이면 으레 주요 기관들이 새해 경제에 대한 이런저런 전망을 내놓는다.
정부와 민간이 여러가지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반드시 경제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여러가지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대략 4% 후반에서 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때 주로 보수적 전망을 내놓던 한국은행의 예측이 그중 낙관적이다.
한은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성장을 내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오히려 민간연구소들이 이보다 조금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경제가 금년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견해가 일치한다.
필자의 어설픈 의견도 4% 후반대의 성장에 공감한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은 3분기까지 2.7%,3.3%,4.5%로 계속 개선되어 왔으며,연간 성장률은 4% 근처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 추세로만 보아서는 위 전망들이 보수적인 듯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총량지표의 흐름만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굳건하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많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은 내년에도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부진한 내수가 활기를 찾기 전에는 경제가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건설투자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되었고 설비투자도 아직은 완만한 상승만이 기대될 뿐이다.
금년 11월의 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 결과는 업황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수가 여전히 절대다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공회의소의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에서도 BSI 수치가 101로 나와, 낙관적 전망에 간신히 턱걸이한 모습이다.
그러니 3분기의 4.2% 증가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질지는 미지수이다.
소비 역시 금년 3분기에 4% 증가하여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30% 내외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해외소비가 포함되어 있어 국내경기의 관점에서는 이 수치를 줄여서 보아야 옳다.
결국 현재의 경기는 회복세이지만 내수증가가 여전히 완만한 상태라고 종합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 경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매우 중요한 신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정부예산안의 모습인데 아쉽게도 주로 분배의 측면에 편향되어 있다.
집권이래 참여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일관되게 인위적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내년 예산안도 크게 보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 국제수지가 금년과 비슷한 상태일 것이라고 볼 때 내년 경제는 상승하겠지만 두드러진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정부의 의지에 인도된 성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전망이다.
그래서 4% 후반 정도의 성장에서 많이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한편 경제에는 예측하지 못한 교란요인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전망은 운명적으로 틀리기 마련이다.
이 경우 문제는 어느 쪽으로 어긋날 가능성이 클 것인가 이다.
동북아 정세나 유가,유행성 질병 등과 같은 교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 듯하다.
오히려 큰 불안요인은 국내의 정치환경에 있다.
후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내년의 정가는 분주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정치적으로 극적인 일들이 많을 것도 필연이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선거 전 열띤 분위기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면이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고 선명성이 강조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그 반대가 되기 십상이다.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념문제로 이번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에서처럼 대립을 계속한다면 내년 경제도 그만큼 더 어두워질 것이다.
그럴 조짐이 적지 않아 보이기에 4.8%의 예측보다 높을 가능성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필자의 생각이 쓸데없는 비관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