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문 검증 전격결정] 줄기세포 3가지 의혹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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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11일 황우석 석좌교수의 요청에 따라 환자 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자체 검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진위 공방은 서울대 조사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논문 사진중복','DNA 지문분석 조작','줄기세포 존재여부' 등 크게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서울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조사할 사항으로 분석되고 있다.
◆"줄기세포 사진 중복" 공방
지난 5일 한국과학재단 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인터넷 사이트(BRIC)에는 "황 교수팀이 지난 5월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 부록에 실린 4~5쌍의 줄기세포 사진들이 유사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는 곧 논문의 사진 조작 의혹으로 확대돼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황 교수팀은 특히 "사진 중복은 논문 작성과 심사 중 여러 단계의 편집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라고 말했다. 총 72개의 사진을 여러 차례 수정하다 보니 발생한 오류라는 주장이다.
황 교수팀은 "현재 사이언스 및 제럴드 섀튼 박사측과 함께 원인 규명 및 교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논문의 근간이 되는 환자 유래 줄기세포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사진 중복의 문제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태어난 돌리의 네이처 논문에서도 발생했다"며 "돌리의 경우 오류가 발견돼 수정된 부분이 후속 자료로 발표된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프레시안 보도로 사진조작 파문 확산
사진 중복논란은 특히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지난 10일 MBC PD수첩과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녹취록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얻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서울대 (황 교수)팀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2,3번 줄기세포의 사진을 찍어 여러 장으로 불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황 교수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며 "(황 교수가)사진은 한 10장 정도 만들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녹취록은 BRIC에서 제기된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과 어느 정도 정황상 일치한다.
그러나 '2개의 배아줄기세포로 사진을 찍어 11개로 발표했다'거나 '줄기세포 자체가 가짜다'는 의혹을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김 연구원은 녹취록에서 '그것(2개 줄기세포로 만든 사진)을 11개로 발표한다고 말했느냐'는 PD수첩의 질문에 대해 "페이퍼(논문)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실제 논문에 줄기세포 숫자를 늘린 사진이 실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2,3번 그림을 많이 만들어서 황 교수에게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쓰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황 교수팀 관계자는 "김 연구원이 여러 장의 사진을 만들어 줬다고 한 발언이 모든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줄기세포가 없다고 단정하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체세포와 줄기세포 DNA 지문 너무 흡사하다" 논란
BRIC에서는 체세포와 줄기세포 DNA 지문이 너무 흡사해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의 DNA 지문분석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일한 사람(환자)에게서 나온 체세포와 줄기세포는 유전자 마커가 일치하긴 하나 마커의 높이와 모양은 다르게 마련이라는 게 이 사이트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황 교수팀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DNA의 준비,반응 및 실험을 같은 조건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극소수의 DNA 마커에서 높이(peaks)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각 줄기세포의 피크 모양을 확대해 보면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황 교수팀은 마커 4개는 비슷해 보이지만 12개 다른 마커의 DNA 높이와 모양,노이즈(noise) 등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는 눈의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같은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사람 전체를 봐야 하듯 검사 결과 전체를 봐야 구별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환자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없다" 공방
PD수첩 한학수 PD는 지난 7일 MBC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환자의 줄기세포가 1개라도 만들어 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줄기세포의 존재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논문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며 증거물인 줄기세포주를 기탁하지 않은 것도 의혹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우리는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기록과 사진이 있다"며 "이 과정을 섀튼 교수,윌머트 교수를 비롯한 권위 있는 해외 과학자들에게 소상히 공개했고 이를 의심하는 학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은 "K연구원도 줄기세포 확립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여러개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줄기세포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고,앞으로도 연구팀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