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자리에 같이 있지 못하고 누만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전직 회장으로 10주년 행사에 참석도 못하고 옥중에서 회한의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저의 뼈아픈 고통과 아픔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저 같은 벤처 기업인들이 생기지 않기를 진정 바랍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장.장흥순 전 협회장의 옥중서신이 낭독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벤처의 희망을 얘기하는 날,영어(囹圄)의 몸이 돼 속죄하는 전직 회장을 떠올리며 침통해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벤처의 중심에 있던 장흥순 김형순 두 사람이 참석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애석함을 표했다. 벤처산업은 지난 10년간 경제성장의 한 축을 이루며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척박한 토양에 뿌린 씨앗이 발아하는 과정에서 터진 각종 게이트로 이름에 먹칠한 벤처기업인들이 줄줄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인들은 시련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분야와 시장에 도전했다. 인터넷 중심이었던 초기 사업모델은 이제 정보기술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모바일 등 첨단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어느덧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긴 '1000억 클럽' 회원사가 68개로 늘어난 것도 그런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요즘 벤처업계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뛰어보자'는 의지로 넘치고 있다. 정부도 '벤처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등 벤처지원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코스닥지수가 700을 훌쩍 넘어선 증시활황세도 벤처인들을 고취시키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또다시 부도덕한 기업인들이 출현해 벤처시장에 흙탕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이 이날 축사에서 "지금 벤처는 '신뢰회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이 "오는 2015년까지 국가 GNP 20%와 GNP 성장률 50%를 달성하고 '투명한 기업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비전이 헛된 구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계주 벤처중기부 차장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