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계.학부모, 왜 '공교육 개혁' 목소리 높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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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교육에 대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이 높다.
평등교육에 치우친 현재의 공교육으론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기업을 키워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공교육 개혁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는 공교육이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04회계연도의 전국 지자체 교육 예산은 16조9000억엔에 달했다.
이는 공공 사업 예산(16조8000억엔)보다도 많아 사업 목적별 세출 항목으로는 최대다.
그런데도 전국 공립 초·중학교 중 냉방 시설이 완비된 학교는 6.2%에 불과하다.
교직원의 PC 보급률은 40%도 안된다.
교육 예산이 쓸모없이 낭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예산은 '교육 성과'와 관계없이 학급수 및 교사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배분된다.
교사의 경우에도 능력이나 업무와 관계없이 같은 보수가 지급돼 효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대우는 지방의 민간 기업보다 급여가 많은 지방 공무원들보다도 좋다.
공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들은 사립학교에 매달리고 있다.
도쿄의 인기 입시학원 '진학교실 SAPIX'의 경우 학생수가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간다 마사키 상무는 "2002년 정부가 공립학교의 자율 교육을 확대한 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것은 대학 진학 실적이 좋은 게 기본 배경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는 개교 이념에 따라 뚜렷한 교육 목표 아래 학생을 지도하는 것도 장점이 되고 있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장이나 교사가 바뀔 때마다 교육 방침이 달라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평등주의 규정에 묶여 공교육 제도는 구조 개혁에서 '성역'처럼 남아있다.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학과는 대조적이다.
도쿄 사립 중·고교인 이쿠분칸학원의 경우 기업가 출신을 이사장으로 영입,2년 만에 학교를 정상화시켰다.
와타나베 미키 이사장은 2003년 빚더미에 있던 학교의 경영을 맡은 뒤 '경영 개혁'과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30억엔의 빚은 자신의 보증으로 해결해 올 상반기 신용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학생에게 품질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교직원 평가,연공서열제 타파 등을 도입했다.
이사진과 교장이 교사들의 수업을 평가해 교직원 간에 최고 4개월치의 월급 차이가 난다.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제 인사 관행도 바꿔 지난 4월 40대 초반의 교장을 발탁했다.
경영 혁신 결과 이사장 취임 4개월 만에 교직원 노조가 자발적으로 해산했고,2년 만에 전 교직원의 3분의 1이 자진 사직했다.
대신 전국에서 500여명의 교직원이 신규 채용에 응모,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와타나베 이사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좋은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있다"면서 "도쿄대도 매년 20명 이상 입학시킬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신설 사립학교인 치바시 시부야교육학원이나 요코하마시 구몬국제학원 등도 민간 기업의 경영 혁신 방식을 도입,짧은 기간 내에 명문학교로 부상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