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전국이 영하 4∼10도 안팎의 강추위가 계속 되고 폭설이 내리면서 골프장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등 한파(寒波)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인터넷쇼핑이나 TV홈쇼핑 등 '배달형' 유통업체들은 연일 미소를 짓고 있다. 한 달가량 일찍 찾아온 추위 때문에 생활용품을 집에서 쇼핑하는 '방콕족'이 급증하면서 난방용 가전제품이나 내의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은 13일 영하 11.6도를 기록,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골프장 '울상' 유원지도 '한산' 일찍 찾아온 '동장군' 탓에 평일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르면서 골프장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80% 안팎을 유지했던 수도권 골프장들의 평일 예약률은 최근 들어 60∼7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이상 고온 현상 덕택에 연말까지 평일예약이 거의 다 찼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퍼블릭 72홀) 관계자는 "요즘 주중 예약 취소율이 20∼25%에 달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은 골프장까지 왔다가 '너무 추워서 도저히 못 치겠다'며 되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남지방의 경우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설로 상당수 골프장이 이미 1주일 이상 휴장에 들어간 상태다. 전라남도 임실군 샹그릴라 골프장(회원제 27홀)은 폭설이 내린 지난 4일 이후 계속 골퍼를 받지 못하면서 하루 4000만∼5000만원씩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해 야외활동을 꺼리게 되면서 동물원 놀이시설 등 유원지 매출도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예년 이맘때만 해도 하루 입장객이 1500∼2000명은 됐는데 최근 들어 400∼50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물이 얼어붙으면서 물개와 물범 등 해양동물도 바깥 나들이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든 데다 강추위로 인해 일부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박병주 성남건설무료취업센터 소장은 "대다수 노동자가 한 달에 채 5일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고맙다 추위야" 최근 몰아닥친 한파로 온라인 쇼핑업체,스키장들은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따듯한 날씨로 개점 휴업 상태였던 스키장은 희색이 만연하다. 전북 무주리조트는 지난주 폭설이 내리자 애초 개장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긴 8일 문을 열었다. 지난 주말에는 평소보다 5000명가량 많은 4만5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무주리조트 관계자는 "아침과 밤 기온이 영하 6∼7도를 유지하면서 제설비용도 적게 드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와 눈 덕분에 사이버 쇼핑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인터넷 슈퍼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지난 11∼12일 매출과 고객 수를 조사한 결과 2주 전과 비교해 매출은 48.7%,고객 수는 66.3%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정비업체인 카렉스 월계점의 황규필 정비팀장은 "지난 주말부터 정비 건수가 하루 50여건에서 80여건으로 폭증했다"며 "특히 추위에 약한 배터리를 새로 교환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주일간 더 춥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12월 강추위는 20일께부터 조금씩 누그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1월 초 무렵 기온이 다시 떨어져 동장군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3일 발표한 '1개월 예보'에서 "12월 하순에는 찬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올라 평년과 엇비슷해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월 들면서 찬 대륙성 고기압이 다시 확장해 평년보다 추운 날이 이어지겠다고 기상청은 예상했다. 기상청은 1월10일 이후에는 날씨가 풀리겠지만 일시적으로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는 날도 있을 것으로 보여 추운 날과 따뜻한 날이 번갈아가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관우·송형석·김현예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