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헬기(KHP) 개발사업에서 미국 벨을 제치고 유로콥터가 선정됨에 따라 향후 국내 무기구매 및 개발사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KHP사업에서 유로콥터는 국방부가 요구한 가격,개발방식 등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반면 벨은 평가 단계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주시대 막내리나 이번 KHP사업을 계기로 무엇보다 한국의 대규모 무기개발 및 구매사업을 독식해온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KHP사업은 참여정부 들어 미국 일변도의 무기구매시장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무기구매사업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말 기종이 결정될 예정인 공중조기경보기(E-X)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2조원 규모의 E-X사업에서는 미국 보잉 E-737과 이스라엘 엘타의 G-550이 경합 중이다. 미국은 그동안 연합 방위체제와 상호 운용성 등을 내세워 한국의 무기사업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2002년 우리 공군의 차기전투기(F-X)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4조원대 F-X사업은 국민의 정부 시절 최대 무기구매사업으로 당시 미국 보잉과 경쟁을 벌인 프랑스 닷소(라팔)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나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를 의식,보잉(F-15)을 최종 선택했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번 KHP사업에서는 과거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특정 국가와의 정치적 역학관계 등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KHP사업은 국방부 무기체계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추진,민수용 헬기 생산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에 경제적인 요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한·미 동맹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양산체제 국방부는 유로콥터로부터 핵심 기술을 최대한 이전받아 국산화율 6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유로콥터는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18개 국내 업체와 협력해 독자적인 한국형 헬기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로터(날개 모터)와 엔진 등 핵심부품에 관한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KHP사업의 한국형 헬기 시제기는 2009년 생산된다. 이어 2010년 초 생산단계를 거쳐 2011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KHP사업은 총 245대(육군 231대,해군 12대,공군 2대)의 기동형 헬기를 생산한다. 정부는 KHP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생산유발효과 6조8889억원,부가가치창출효과 2조3248억원,기술파급효과 4조6608억원 등 총 13조87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