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늘 1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잠자리에 든다면 내일 일어났을 때 당신 손엔 9999원만 남아있게 된다.


똑같은 1만원짜리지만 내일의 실제가치는 1만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바로 인플레라는 도둑이 가치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인플레란 인플레이션의 약자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인플레는 돈의 실질가치를 훔쳐가는 재테크 시장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인플레의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면 재대로 된 재테크를 할 수 없다.


재테크를 하려면 싫더라도 인플레와 평생 동침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0여년간 평균 4.5%의 상승률을 보여왔다.


최근 몇 년간은 상대적으로 낮은 3%대에 머물러 있다.


향후 물가상승률이 평균 3%를 유지할 경우 현재 1억원의 가치는 1년 후엔 9700만원,5년 후엔 8600만원,10년 후엔 7400만원으로 각각 떨어지게 된다.


당신이 돈을 가만히 쥐고 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만큼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적극적으로 돈을 굴려 수익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최소한 물가상승률(연 3~4%)만큼의 수익을 올려줘야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 4%의 수익률은 수익이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인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내집마련까지 전세는 최소한으로 줄여사는 게 좋다.


전세금은 돈을 벌어주지 않는 무수익 자산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플레는 부의 분배나 자금 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물가상승기의 경우 사람들은 돈으로 갖고 있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거나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되는 물건을 미리 사두려고 한다.


따라서 물가상승시기에는 부동산이나 귀금속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