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앤비(대표 이강수)는 지난 2003년 성균관대 부설 경기의약연구센터와 함께 공기정화 살균기를 2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이 제품은 2001년 중소기업청의 기술혁신개발사업으로 채택돼 학교나 보건소 등 공공장소를 주요 시장으로 해 개발됐다. 살균 기술의 효율성과 차별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문제는 판로였다.


이강수 대표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이라면 성능에 대해 의심부터 하는 불신의 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며 "모 공공기관에 6개월을 드나들며 영업활동을 했다가 결국 무산됐을 때는 회사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성능인증제도'에 따라 중기청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은 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앤비는 부산교육청의 '교실 공기정화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학교들에 지난 8월과 10월 잇따라 납품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국회의사당과 과천시시설관리공단과도 수주계약을 맺고 납품했다.


이 대표는 "성능인증제도 시행에 따라 중기청에서 발송한 우선구매 협조 공문이 구매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지금까지 공공기관에 약 1억8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공급했으며 내년에 실내공기질 개선과 관련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 납품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확대를 위해 지난 7월 도입된 성능인증제도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은 모두 224개. 이 가운데 160여개 품목이 중기청에 구매 협조를 요청,지난달 15일까지 35개 제품이 71억원의 납품실적을 올렸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기청에 구매협조를 요청한 기술개발제품이 58건이었고 이 가운데 납품실적이 15건 56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제도도입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통상 12월에 공공기관 구매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성능인증제품의 납품실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성능인증제도는 공공기관에 납품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에 대해 지방중기청 또는 정부가 인정하는 공인시험연구원에서 공장 및 성능검사를 한 후 합격된 제품에 성능인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납품실적이 없어 성능검증이 안된 제품의 구매를 꺼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능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이 요청할 경우 해당 공공기관에 우선구매 협조공문을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공기관의 중소기업물품 전체구매액에서 3%도 안되는 기술개발제품 비중을 5% 이상으로 높이는 구매목표비율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성능인증제품 구매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