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홍 < 연세대 교수·회계학 > 천연자원도 없고 면적마저 작은 우리나라.우리가 20세기에 눈부신 발전을 한 것은 인적자원 때문이었다는 점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그리고 이렇게 우수한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높은 교육열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들이 우리의 교육제도를 외면하고 있다. 경제사정이 나빠 개인소비는 줄이면서도 어린 자녀를 해외로 유학시키는 가정이 해마다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는 유학비 송금으로 연간 1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화가 유출된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정책의 실패로 21세기 지식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획일적이고도 평준지향적 교육정책은 20세기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노동인력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 6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기업들의 노동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수한 인재에 대한 교육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으로는 충분치 않아 대부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대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요구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일류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이었지만,오늘날의 부모들은 자녀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미술에 소질을 보이는 자녀에게 국어 영어 수학을 포함한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입시제도,그리고 그 입시제도를 정부가 간섭하는 나라에서는 인재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자동차는 20세기 초 자동차를 대량생산해서 가격을 낮춰 자동화 대중화에 성공했지만,소비자들의 욕구변화를 외면한 채 지속적으로 검정색의 단일 모델만 생산함으로써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 후발업체 GM에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과거 에 비해 훨씬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따라 교육도 다양해져야 한다. 만약 우리가 계속 평준화되고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고집한다면 미래에 우리나라는 저임금의 노동력이나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노동자 노예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20년 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는 지금의 교육에 달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 경쟁력 세계 52위의 교육후진국이다.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먼저 교육시장을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하면 국내 교육기관에도 자율권이 확대되고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기유학으로 인한 외화유출도 막을 수 있다. 중ㆍ고등학교의 경우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구분해야 한다. 국가는 교육예산을 공립학교에 집중해 공립학교의 교육시설과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고 사립학교에는 교육과정과 학생선발권,수업료 책정 등에 대한 자율권을 주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입시정책으로 모든 국민을 웃고 울리는 우물 안 개구리식 교육정책을 벗어버리고 교육을 국가 경쟁산업으로 정해 아시아의 교육수요를 담당할 국가,더 나아가 전 세계의 인재가 모여드는 교육허브국가를 목표로 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교육경쟁력 세계 2위인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강남 부동산을 잡기 위해 학군을 조정하겠다는 정치인이나 교육공무원들에게만 우리 국가의 백년대계를 맡겨서는 안되고 온 국민이 힘을 합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