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빠를수록 좋은 국민연금 개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만우 < 고려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인간 수명의 연장과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한 핵가족 중심의 가족제는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국가역할의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적 제도장치인 국민연금제도는 노령ㆍ퇴직ㆍ불구ㆍ질병ㆍ사망 등으로 인한 소득의 상실에 대해 정기적으로 확정액의 금전급부를 행하는 공적연금제도이다.
국내에는 1988년에 첫 도입됐으며 1999년 4월부터는 도시지역 자영업자에게까지 전면적으로 확대ㆍ적용되면서 본격적인 국민연금의 틀이 갖춰졌다.
제도도입 당시부터 후한 급여혜택과 낮은 보험료 수준으로 인해 우리 국민연금제도는 심각한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저부담 고급여'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1988년 제1차 '국민연금법'의 개정이 있었지만,개정 이후 5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재정 재계산에 의하면 2036년에 당년도 수지적자가 발생하고,204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제2차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3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한국개발원(KDI)의 국민연금 보험계리적 평가에 의하면,2005년 현재 미적립 연금부채(부족 책임준비금)는 GDP의 33% 수준이며,현 제도를 개정하지 않고 유지시에는 2070년까지 160%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2040년 말 기금고갈 이후 현재의 적립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면 현행 9%의 보험료율이 2050년 30%,2070년 38%까지 상승할 전망이어서 '고급여 저부담'구조인 현행제도의 조속한 개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선진국들은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을 단행해 왔다.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은 기초연금 등 보편적인 지원제도를 축소ㆍ폐지하고,빈곤노인층을 대상으로 하여 선별적으로 최저소득보장제 또는 최저연금보장제로 대체했다.
소득산정기준을 생애평균소득으로 전환하기도 하고(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무가입기간을 연장함으로써(프랑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연금재정 안정화를 기하고 있다.
이상의 선진국제도 개혁을 살펴보면 그 공통적인 시사점으로,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연금개혁과 함께 빈곤 노인층에 대한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퇴직연금 등과 같이 다층노후 소득보장체계의 구축과 함께,비정규직ㆍ여성ㆍ노인근로증대 등 대응책도 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제2차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급여 및 보험료 수준의 단계적 조정을 통해 재정불균형을 완화하고 연금사각지대 발생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초생활보장의 범위확대 등을 통해 점진적 선별적으로 대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전국민 기초연금의 도입 및 제도 이원화,재정운영방식의 전환 등 구조적 개혁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개혁 대안은 근본적인 접근방법상의 차이로 인해 합의점이나 타협안을 도출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국회 내에 구성된 만큼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재정안정화 및 구조적 불균형 완화를 위한 대안 마련부터 우선적으로 실천하고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기초연금제도의 도입 등은 선진국의 사례들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제도개선안의 논의와 함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현안 등도 함께 고려될 수 있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며 국민연금기금을 효율적 운용할 수 있는 제도개선 차원의 논의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