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연못(淸潭),붉은 와인으로 적셔지다."


서울 청담·압구정·신사동을 아우르는 '강남 와인 존'이 전국 레스토랑,바(bar)에서 소비되는 와인 중 56%가량을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대 주변의 '클럽 문화'에 버금가는 와인 파티가 인기를 끄는 등 와인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수입업체들은 청담동 일대를 마케팅 1번지로 택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선 '청담동 일대→삼청동→홍대→서울 전역'으로 이어지는 와인 '실크로드'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와인 실크로드' 출발점은 청담 벨트


와인 수입 1위 회사인 두산 주류BG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월 말 현재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22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할인점 백화점 주류숍을 통해 판매되는 가정 시장이 60%를 차지하고 와인바,레스토랑,호텔 등의 업소 시장에선 40%인 880억원가량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남 와인존'에 위치한 업소들이 연간 49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려 유흥시장 매출의 5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전체 와인 시장에서의 비중은 22%에 달한다.


송동현 두산 주류BG 대리는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의 80%가 서울에 밀집해 있고,서울에서도 70%가량이 청담 일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산되는 와인 파티 문화


청담동 일대는 와인 문화의 전파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홍대 클럽 문화가 하나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듯이 와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파티 문화가 이곳을 기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단적인 예가 보졸레 누보 파티.지난 1999년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작돼 서울 전역으로 퍼졌다.


올 11월엔 강남 와인존의 4개 와인 레스토랑이 공동으로 보졸레 누보 행사를 기획,하루 동안 600여명의 와인 애호가들을 운집시켰다.


최성순 와인21닷컴 사장은 "와인 제조자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와인메이커 디너'라는 용어도 청담동 일대에서 처음 나왔다"고 소개했다.


◆칠레 와인도 청담동 마케팅으로 '대박'


이에 따라 청담동 일대는 와인 유행의 출발지로 정착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인터넷 요리 포털업체인 쿠켄네트의 이윤화 부장은 "몬테스 알파,카르멘 등의 칠레산 와인이 프랑스산을 제치고 뜨기 시작한 것도 청담 일대에서 입소문을 탄 덕분"이라며 "청담동에서 뜬 와인은 강북의 삼청동과 홍대 주변을 거쳐 서울 전역으로 뿌려진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7.4%를 차지했던 프랑스산의 비중은 올 10월 현재 38.5%로 떨어진 데 비해 칠레산은 같은 기간 13.3%에서 17.8%로 늘어났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