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지역이 세계경제 동력의 근원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아시아 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 유럽연합(EU)이 초기 철강공동체로 시작해 수십년 동안 단일 시장,단일 통화권으로 발전해 오늘날 연방국가 수준의 강력한 지역공동체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성공 모델로 삼는다면 동아시아도 언젠가는 이 같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14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여기서 채택된 '쿠알라룸푸르 선언'은 이 거대한 여정의 가장 아래쪽 기초돌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3국)에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16개국이 참가한 선언문은 "평화와 번영의 견고한 기초가 될 강력한 아세안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공통인식에서 출발한다. 선언문은 EAS의 궁극적인 목표가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 및 경제적 번영의 도모라고 규정했다. 또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적인 환경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치와 안보문제에 관한 전략적인 대화·협력을 증진하면서 기술이전,인프라 개발,인도적 지원,금융네트워크 구축,무역·투자확대와 자유화로 개발,에너지안보,경제통합과 성장,빈곤근절과 개발격차 해소에 나서자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매년 EAS 정례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같은 원대한 구상에도 불구하고 지역 공동체로서 통합의 길은 멀고 험하다. 당장 지역 내 주도권 문제로 아세안 10국 및 중·일의 물밑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또 미국까지 여기에 끌어들이려는 움직임과 이 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국가별로 달리 나온다. 쿠알라룸푸르=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