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규모 이익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졌다.


올 3분기까지 10조원,연간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당기순이익을 놓고 주주 직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감독당국이 대립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주주들의 고(高) 배당 압력이 드세다.


감독당국은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리릴 때가 아니다"라면서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외국인 "배당 더 많이 하라"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국민 하나 신한 외환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60~86%에 이른다.


캐피털그룹 알리안츠 템플턴 골드만삭스 JF에셋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펀드가 주요 주주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일부 펀드는 배당성향(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 50%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배당성향은 20~30%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국내은행이 올 결산에서 배당성향을 평균 30%만 유지해도 연간 순이익 15조원(추정) 가운데 4조5000억원이 배당금으로 지출된다.


이 중 60~80%는 외국인 몫이다.


국부 유출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겸업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국내 은행산업으로선 배당보다는 내부 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주주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들도 "사상 최대 이익은 직원들의 피와 땀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보상을 요구하고 경영진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3만여직원(비정규직 포함)에게 특별상여 250%와 함께 총액 기준 3.8%(비정규직 7.6%)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감독당국 "충당금 더 쌓아라"


주주와 임직원의 '배당 파티'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입장이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올해 은행의 사상 최대실적은 대손충당금 환입 등 일시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조치로 인해 은행들은 내년부터 예상손실률(경험손실률)에 근거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일부 은행은 예상손실률이 현재 충당금 적립 비율을 초과해 충당금이 부족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금융계는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에 따라 올해 은행권 전체로 약 3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당기순이익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고 배당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신BIS비율(바젤Ⅱ)이 시행되는 2007년부터는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충당금을 더 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