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파동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야당은 물론 종교계의 반발이 드세지고 있으니 이러한 와중에서 또 얼마나 많은 국력이 낭비(浪費)될까를 생각하면 참으로 씁쓸하다. 게다가 야당은 임시국회의 법안심의도 팽개쳐 둔 채 거리로 나섰으니 이 또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사학법 파동의 후유증은 한마디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국회 의결이 그 원인이란 점에서 보면 전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책임이다.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법안에 대해 '개혁'이라는 허울을 씌우고,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권이 무너질 것처럼 인식한 여당의 편협한 아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사학법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며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하는 내용이 많다. 예컨대 개방형이사제도는 그 운용에 따라서는 일부 세력이 사학의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근간이 사유재산권까지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은 개방형이사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염려할 것이 못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교조의 사학이사회 장악은 결코 수적열세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학들과 종교계가 교육의 파행을 걱정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물론 일부 사학재단의 반사회적 행태나 경영부실의 사례가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현행 법률체계만으로도 얼마든지 예방과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의견인데다,설령 제도강화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감시장치는 국가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강구돼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의견을 좀더 신중(愼重)히 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수용하고 보완하는 것이 순리인 이유다. 가뜩이나 정부규제가 많아 교육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사학의 자율성을 근원적으로 묶어버리고 나면 과연 우리의 교육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평준화를 지향하는 공교육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보도(한국경제신문 14일자)는 이번 사학법 파동을 수습하는 하나의 열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