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조부님께서 전국을 떠돌며 찾아낸 옹기의 비법이 제 손끝에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통예산옹기의 황충길 사장(64)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옹기 장인이다.


조부 황충배 옹(사망연도 미상)이 1855년 전국의 흙을 찾아 떠돌이 옹기장이가 된 데 이어 부친 동월 옹(1961년 작고) 역시 전국을 떠돌며 가마를 짓고 옹기를 구웠다.


1958년 17세의 나이로 가업을 물려받은 황 사장도 처음에는 조부와 부친처럼 좋은 흙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그러다 가마터를 마련해 자리잡은 곳이 충남 예산군 오가면 오촌리 점촌마을.10평 남짓한 목조건물 공장에서 전통예산옹기의 기초를 닦았다.


플라스틱 용기의 출현으로 옹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 회사 옹기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는 것은 3대째 이어오며 개량을 거듭해온 제작 비법 덕분이다.


좋은 약토에 솔가루 꽁깍지재 등 최상의 재료를 섞어 성형하는 것은 물론 굽는 데 통상 5일 걸리는 시간을 반나절로 단축했다.


특히 황 사장은 큰 항아리(통상 100ℓ들이) 성형을 30분 만에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통 옹기 외에 냉장고용 김칫독을 비롯해 돌솥밥용 그릇 등 200여종의 각종 옹기 제품을 만들고 있다.


냉장고용 김칫독은 지난 96년 제1회 농민의 날 행사에서 민속공예 부문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제품은 일반 시장과 백화점 홈쇼핑을 통해 팔려 나가고 있고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15억원 안팎.


황 사장은 특히 마당이나 광에 주로 보관하고 있는 옹기를 실내 생활용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황 사장은 4대째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막내아들 황진영 과장(33)이 부친의 가업을 잇겠다며 8년 전 가마터 생활을 시작한 것.황 과장은 당초 가업 승계를 반대했던 부친을 "한국 최고의 옹기 전문가가 되겠다"며 설득해 혜전대학 도예과를 졸업한 뒤 부친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중이다.


황 사장은 "옹기장이의 삶이 너무 힘들고 외로워 반대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고맙고 기특하게 여긴다"며 "손자대까지도 가마터를 지켜 우리나라 최고의 가업 계승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