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3시 남대문시장 삼익상가 앞.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에도 쇼핑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가득 차 있었다.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손수레를 미는 짐꾼들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들 사이로 분주하게 오가는 쇼핑객들을 밀쳐내기 바빴다.


크리스마스 용품 매장에는 수시로 트리를 담은 박스가 들어가고 빈 박스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게 진짜 남대문 시장이죠." 삼익상가 숙녀복 매장 주인 김모씨(48)의 말이다.


김씨는 "요즘 아줌마들을 상대로 2만~3만원짜리 옷을 팔아서 하루 15만원 안팎씩 남기고 있다"며 "작년 이맘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매출 증가세"라고 말했다.



◆본격화되는 '부(富)의 효과'


최근 체감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 열린 주요 백화점의 송년 세일 매출이 두자릿수의 신장세를 보인 데 이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려는 고객들로 백화점 일대는 주말마다 교통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49.2%(14일 종가 기준)나 뛰어오르는 등 주가가 고공 비행을 거듭하면서 '부(富)의 효과'가 본격화한 데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 증권 전자 등 주요 업종의 대기업들이 푸짐한 연말 성과급 보따리를 풀면서 소비층 저변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 기대지수는 주가가 1000선을 확실하게 굳힌 지난 7월(95.2)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10월에는 97.5로까지 올라가는 등 꾸준한 회복세를 보여왔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연초 893.71로 시작한 주가가 14일 1334.27로 마감하는 등 11월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점을 감안하면 소비 심리는 한층 더 살아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증권사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 일대와 소비1번지로 꼽히는 강남 상권은 두둑해진 주머니를 푸는 소비자들로 부쩍 붐비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 주가 상승 혜택 저변이 넓혀진 것과 맞물려 그동안 냉랭하던 바닥 경기로까지 온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


◆혹한 특수도 후끈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의 올해 송년 세일 매출이 작년보다 두자릿수씩 증가한 것은 물론 서울 근교 중견 백화점업계도 연말 경기의 본격 회복을 실감하고 있다.


애경백화점 수원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주가 상승과 함께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씀씀이를 작년보다 늘리고 있다"며 "지난 11일에는 송년 세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온 고객들이 몰려 수원역 일대 교통이 두 시간 이상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재래 시장에서도 혹한을 버티기 위한 의류를 중심으로 매기가 살아나면서 인근 국밥집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릴 정도다.


주목되는 것은 40대들의 의류 소비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3분기 의류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40대가 차지하는 시장비중이 27.9%로 작년 3분기보다 3.2%포인트 늘어났다.


섬산련 관계자는 "자녀 교육 등의 지출수요가 커 의류 구입을 자제해 온 40대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바닥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커졌다


송년 세일에 이어 크리스마스 특수도 경기 회복세를 실감케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용품 수입·공급 업체인 '모던하우스'는 지난해 판매량의 1.3배 정도로 넉넉히 준비한 크리스마스 용품이 이미 이달 초 모두 동나 추가 물량을 긴급 주문해 놓은 상태다.


최유정 모던하우스 바이어는 "판매량도 늘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트리의 크기가 커졌고 비싼 고가품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1만원대 트리를 대거 준비했던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들도 3만~8만원대의 고가 트리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


예년에는 1.2m짜리(평균 3만원 선) 트리가 대부분 팔렸던 것에 비해 올해는 1.8m짜리(평균 6만원 선)를 찾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복합쇼핑몰 메사 앞 트리 특설매장 점원 서영수씨(24)는 "10만원 이상 구입하면 장식 방울 등을 추가로 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하루에 10여명이 꾸준히 받아 간다"며 "크리스마스 용품으로 10만원을 넘기려면 트리는 1.8m 이상,장식 재료는 고급 제품만을 구입했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선물 포장 코너의 전홍기 사장은 "올해는 작년과 달리 머플러나 장갑 외에 20만~30만원대 의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김동민·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