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그 제품을 생산한 작업자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지난 7일 열린 제31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엄병윤 세원ECS 회장(64)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기업의 생존이 품질에 달려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세원ECS가 이번 대회에서 현장분임조 부문 금·동상과 6시그마분임조 부문 금상까지 '싹쓸이'한 데에는 엄 회장의 이런 인식이 밑바탕이 된 셈이다. 엄 회장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는 식의 일상적이고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도 수없이 반복해 교육하고 점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동차의 중추신경계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이 회사의 품질혁신 활동의 핵심은 '원칙준수'와 '전 직원 참여'다. 엄 회장은 "자동차 부품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며 원칙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와이어링 하네스 사업에 뛰어든 지 8년 만에 국내 시장 40%를 점유한 것은 전사적 차원에서 품질향상에 힘써온 덕분"이라며 "싱글PPM 6시그마 ISO 등 각종 품질혁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도 높은 직원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품질 관련 사내 강사를 80여명 양성했고 블랙벨트급 6시그마 강사도 28명이나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이 회사는 연간 87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1인당 연 평균 62시간씩 업무 관련 교육을 받게 한다. 일하며 공부하는 직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엄 회장은 "후발 주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혁신과 더불어 직원들의 자발적인 제안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제안활동을 통해 매년 약 36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품질혁신 활동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불량률은 2000년 560 PPM 수준에서 2003년 0 PPM을 기록한 이후 3년째 '무결점'을 실현하고 있다. 또 필드클레임도 2000년 1.3%에서 지난해 0.3%로 뚝 떨어졌다. 엄 회장은 "연구개발비를 제외하고 매년 투자되는 순수 품질혁신비만 매출액의 5%가 넘는다"고 말했다. 엄 회장은 서울대 출신의 해직 언론인으로 1982년 인쇄업을 시작,23년 만에 계열법인(유라 세림테크 유라엘텍)을 포함해 총매출 6000억여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