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를 살해한 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한 미군 병사가 고향으로 귀환하자마자 살인혐의로 체포돼 끝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은 13일 5년전 앤틸로피대학에 재학중이던 치어리더 미셸 오키프(당시 18세)양을 살해한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소속 레이몬드 리 제닝스 병장을 체포, 기소했다. 제닝스 병장은 지난 2000년 2월 22일 오후 9시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은 뮤직비디오 촬영을 끝내고 팜데일로 돌아와 환승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신의 머스탱 차에 탄 오키프양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다. 이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자 오키프양의 부모가 지역 길거리의 광고판에 돈을 주고 "18세인 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안됐는데...살해범을 잡도록 도와주실래요?"라는 안타까운 사연의 광고를 게재해 화제가 됐었다. 사건 발생후 경찰은 10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던중 환승주차장 관리 요원이던 제닝스를 유력한 용의자로 압축했지만 제닝스는 "순찰하던중 피해자를 발견했고 발견 당시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으나 현장을 훼손할 것을 우려해 심폐 소생술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발견 당시의 정황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을 수상히 여긴 오키프양의 부모는 일단 제닝스와 팜데일시를 상대로 과실치사에 의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수사를 계속하려 했지만 제닝스는 개인파산을 선언한뒤 2003년 주방위군 운전병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하고 말았다. 하지만 오키프양의 부모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올들어 사건을 재수사해주도록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은 수개월간의 수사끝에 확증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현재 검찰은 증거물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현장의 감시카메라용 녹화테이프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탐정과 변호사 비용 등으로 수만 달러를 썼다는 피해자의 어머니 패스리샤 오키프는 "하느님이 마침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우리는 수없이 교회를 찾았고 많은 이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해결하게 돼 자랑스럽다는 아버지 마이클도 "지난 5년간 내 어깨를 짓누르던 중압감에서 마침내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