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혁 < 황화상사 사장 shhwang@hwangco.com > 몇 년 전 그의 감동적인 강연을 들은 뒤 그가 TV에 출연할 때마다,그의 이야기가 방송될 때마다 나는 그에게 화면을 고정시켰다. 그는 나의 영웅이 되었다. 인류의 고뇌를 자신의 어깨에 실은 그의 겸손한 열정과 소망,나날이 진전되어 가는 그의 연구 결과를 보며 그가 자랑스러웠고 내가 그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했었다. 한 사람의 뛰어난 성공의 뒤에는 늘 그렇듯 그늘이 따랐다. 그의 미국인 파트너는 명확한 이유 없이 그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천방지축으로 설치기만 하던 어느 TV는 연구의 실체를 부정했고 그의 연구 결과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준비되고 있다. 어느 정당의 정신 나간 간부는 난자 제공을 자청한 여인들을 일본 강점기의 정신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외부의 악의적인 편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나,황 교수 자신이 자초한 부분도 있어 안타깝다. 난자 제공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자인하기 전에 되풀이해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도 그렇고,윤리 선언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중요한 일의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근본적인 규범을 몰랐다는 것은 큰 불찰이며,설령 자신은 몰랐다 하더라도 그가 모르고 있도록 그의 시스템이 관리되었다는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오류였다. 그가 국빈에 준하는 경호를 받고 있는 동안 헌신적으로 연구에 매달려 있던 연구원들은 박탈감에 방치되어 있었고,형제 같다던 파트너가 한마디 의논도 없이 하루 아침에 그를 떠나가게 한 것은,그의 내부 경영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는 병원으로 물러섰다. "과학자를 죽이려는 사회 분위기를 개탄한다" "영롱이 스너피를 잊어버리고 조용히 농사나 짓고 살고 싶다"라는 말들이 전해졌다. 나는 모든 것을 남의 탓만으로 돌리는 그 말들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믿고 싶다. 그의 빛나는 연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전 세계의 불치병 환자들과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자신들의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줄을 서 있는 천 명이 넘는 우리나라 여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일어나서 연구실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죽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그가 담담한 모습으로 연구에만 전념하며,당당하게 세상의 쓰잘데없는 논란을 잠재우고,대한민국 과학의 위상을 드높여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동시에 우리도 그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의 영웅의 연구가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불필요한 트집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고,안팎의 관계자들을 다독거릴 수 있는,그래서 그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완벽한 관리 팀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경호원 몇 명 붙여 겉모양 갖추는 것보다 시급한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