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아침 삼성생명 전 임직원들의 시선은 사무실에 놓인 TV에 집중됐다. 예고없이 배정충 사장이 등장해 밝은 표정의 얼굴로 전 임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고객섬김의 경영정책에 따라준 임직원 덕분에 올해 3대 고객만족도 시상을 모두 석권하게 됐다.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인사한 것이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배 사장의 가장 큰 과제는 고객섬김의 경영이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섬김'이라는 핵심가치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할 때만 해도 그 가능성을 배 사장 본인도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당시만 해도 삼성생명이 일부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고객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기에 고객섬김 경영이 가능할까 하는 외부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35년을 보험업계에 종사한 최고의 베테랑인 배 사장은 '고객없이는 지속적인 발전이 없다'는 신념 하나로 회사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앞장섰다. 그리고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3대 외부 고객만족도 평가로 불리는 NCSI,KS-SQI,KCSI를 포함해 올 한해 발표된 거의 모든 고객만족평가를 휩쓸었다. 고객섬김에 대한 배 사장의 노력은 지난 5월 창립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했던 말에서 잘 나타난다. "고객만족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하면 망한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다른 회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고객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고객섬김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배 사장은 몸소 실천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 임원이 현장 접점에서 고객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필요한 게 뭔지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뒤 본인이 가장 먼저 콜센터를 찾아가 1일 상담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서비스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병원에서 보험금을 바로 지급하는 원스톱서비스의 경우 매월 7000~8000명의 고객이 퇴원과 동시에 혜택을 받고 있다. 퇴원 후 보험사를 직접 방문하는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전국 10개 종합병원에서 운영 중이다. 신상품을 내놓기 전에 관련 부서의 동의를 사전에 받도록 한 'Q-Sign'제도는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내용과 고객 권리 등에 대해 통합 안내하는 '웰컴팩서비스'나 사고보험금을 수령한 고객에게 지속적인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 해피콜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많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새해에도 고객섬김 경영의 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배 사장은 "그동안 임직원의 의식과 체질 변화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3년간은 고객들이 그 변화를 확실하게 느끼게 하겠다"며 "3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만족도 평가를 받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 2기 고객섬김 경영도 본인이 직접 주도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