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12월 초 우리나라의 수출입 합계가 5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추세라면 2010년대 초반에 연간 1조달러에 이르게 되니 대단한 일이다. 세계 12위의 무역규모라지만 홍콩 등 중계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를 빼면 사실상 세계 9위에 해당한다. 무역규모의 급속한 확대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무역 확대의 기반이 되어 온 대외개방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제고됐으며 효율성 증가로 우리 경제의 체질도 강화될 수 있었다. 최근 4년간 우리나라는 연평균 17%가 넘는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04년 현재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달러화 기준으로 37%를 넘어서게 됐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안정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200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내수가 극도로 부진했지만 수출증가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3% 이상의 성장이나마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날 저가를 무기로 하여 미국 등 선진국시장 위주로 수출했을 때는 세계경기 급변에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이 다변화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수출의 안정성이 제고되고 있다. 무역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몇 가지 짚어볼 문제는 있다. 먼저 과거에 비해 수출이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수출기업들이 주로 외국 기업들이 생산한 부품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ㆍ엔 환율 하락은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의존도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생체제를 확대하는 등 전후방 연관효과를 제고함으로써 질적인 측면에서 수출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증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최근 수입이 수출에 훨씬 못미쳐 큰 폭의 국제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부진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에 원인이 있다. 수출이 생산과 연결된다면 수입은 우리 국민의 후생이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과 보다 밀접히 관련돼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지속적인 원화강세로 인해 '빈껍데기 수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올해 수출 증가율이 12% 전후에 이를 것으로 보이나 원화 표시 수출 증가율은 2%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화절상률이 1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품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는 현실에서 수출 물량과 달러 수출액은 크게 늘어났지만 수출업체들이 손에 쥐는 액수는 지난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기업의 수출채산성이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로도 우리나라의 무역은 수출을 중심으로 견실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T산업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자동차산업 등에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중국에 인접해 있다는 점도 수출 확대에 좋은 여건이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IT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IT를 대신할 신성장 산업의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서비스 산업의 육성도 요구되고 있다. 외국의 선진 의료·교육,회계·법률 컨설팅 기관의 국내진출이나 국내업체와의 제휴를 활성화함으로써 국내서비스업체들의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수출대상국 면에서도 신흥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보다는 선진시장과의 균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선진국이며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장기적인 수출 확대의 기반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