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회장 맡은 유창종 세종 변호사 "검사의 유물사랑 특별한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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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월급으로도 기와 수집을 감당할 수 없어 최근에는 빚까지 졌습니다."
검사 재직 시절인 지난 2002년 20여년간 모아온 국내외 전통 기와 1840점을 국립박물관에 모두 기증한 일로 '기와 검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법무법인 세종의 유창종 변호사(60·사시14회)가 또다시 일을 냈다.
지난달 일본에 있는 한 기와 수집상으로부터 우리나라 전통기와 1300여점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이다.
이 기와들을 구입하기 위해 유 변호사는 2년여간 변호사로 일하며 번 돈도 모자라 빚까지 졌다는 후문이다.
유 변호사는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빚까지 지면서 기와를 사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유 변호사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기와 수는 앞서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기와들을 빼고도 2500여점이 됐다.
유 변호사의 유난스러운 기와 사랑은 충북 충주지청 검사로 일했던 지난 1978년부터 시작됐다.
충주시 중앙탑에서 발굴된 신라 기와에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문화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는 게 신기한 나머지 본격적인 기와 수집에 들어갔다.
유 변호사의 기와 사랑은 단순한 취미 수준이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국보 역사를 두 번이나 새롭게 쓴 일화의 주인공으로 더욱 유명하다.
1979년에는 충주에서 동호회원들과 답사 중 고구려 중원 고구려비를 발견해 국보로 등록시켰고,순천지청장으로 근무하던 1996년에는 국보로 등록돼 있던 충무공 이순신의 별황자총통이 한 골동품 주인이 만들어낸 가짜 유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달 한국박물관회 제10대 회장에도 선출됐다.
국립 중앙박물관의 용산시대 개막과 때를 같이해 박물관회장을 맡은 만큼 주위의 기대는 물론 자신의 의욕 또한 대단하다.
유 변호사는 자신의 아내인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과 교수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박물관을 연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 판·검사들이 입고 있는 법복과 경찰들이 새롭게 입을 유니폼을 디자인한 의상 전문가인 부인 금 교수 역시 그동안 중국 등지에서 토우 800여점을 모은 못지 않은 유물애호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