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15일 '증권빅뱅 자본시장 새틀 짜자'시리즈를 마치며 현업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과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앞두고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왔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통합법은 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하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향후 과감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국내 증권사에 대한 추가적인 배려를 통해 통합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통합법이 시행되면 풍부한 국내기업 정보를 바탕으로 대형 IB로 성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외국계 증권사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참석자 ] ㆍ김준범 한국투자증권 IBCM본부장(전무) ㆍ문석록 삼성증권 IB사업본부 상무 ㆍ임형구 대우증권 IB영업본부장(전무) ㆍ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장(상무) (사회 최완수 증권부장) --------------------------------------------------------------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IB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석록 상무=아직은 통합법의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현업에서 직접적인 변화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상품개발이 가능해지고 IB영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범준 전무=통합법은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글로벌마켓에서는 시장 및 상품 간 경계가 오래전에 허물어 졌습니다. 선진국들이 금융통합법을 통해 금융 구조조정을 했듯이 통합법이 시행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통합법이 시행되면 IB부문을 어떻게 강화할 생각입니까. △임형구 전무=무엇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자금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다음 회계연도부터는 독립적인 예산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IB업무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김 전무=결국은 수익구조 다변화가 중요합니다. M&A(인수합병)와 해외 진출을 위한 국제 금융부문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IB들이 채택하고 있는 인센티브 방안도 도입해 전문인력을 확보할 계획이고요. 이미 아시아시장에서 '제1의 투자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홍콩에 '글로벌IB센터'를 구축하고 중국에 현지 시정부와 함께 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 상무=현재는 기업공개(IPO)와 구조화채권(SF)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기존 업무영역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강화시켜야 할 것으로 봅니다. 시간을 두고 세부적인 검토를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정영채 상무=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니즈(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신종유가증권을 개발하고,자기자본투자(Principal Investment) 업무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협소한 국내 IB시장을 '아시안 플레이어'로 돌파하고,신규 수익사업 개발을 통해 IB업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최근 국내 IB시장을 외국계 증권사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데. △김 전무=사실 IMF 이전에 국내 기업의 채권발행이나 M&A딜은 국내 증권사가 주간사를 맡았습니다. IMF 이후 정부가 외국계 증권사를 선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던 거죠.국내 증권사의 능력을 우리 정부나 기업이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이를 보강하기 위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문 상무=물론 외국계에 비해 가장 취약한 것이 네트워크이고,브랜드파워도 뒤집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당장은 중국 중신증권과 업무 제휴를 맺고 뉴욕 홍콩 런던 상하이사무소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IB업무 활성화만 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정 상무=업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비판이라고 봅니다. 과거 국내 증권사 IB수익의 상당부분은 회사채 등에 대한 지급보증 업무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 정확한 리스크 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보증을 늘렸다가 큰 손실을 봤죠.이후에는 수수료 인하 등으로 증권사의 수익이 축소되면서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업계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해서라도 IB업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해 정부에 건의할 만한 사항이 있는지. △임 전무=IB영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증권사의 위험부담 능력이나 자본력 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당경쟁을 막고 선도 증권사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 상무=좋은 말씀입니다. 정부는 증권사들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경쟁력 있는 IB를 키우고 틈새를 파고드는 소형사들로 전문화해야 합니다. 증권사별로 딜을 분배해주는 정책은 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 상무=자본시장통합법이 빠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에 보다 많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국내 대형 M&A딜에 의무적으로 국내 증권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죠.이런 혜택을 차별적 조치로 이해하기보다는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