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이크 자예드 대로(大路).출퇴근 시간대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는 10차선 도로는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연장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첫 선을 보인 고급 신차들이 채 한 달도 안 돼 두바이 거리에 깔릴 정도다.


중동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만큼 아랍 부유층과 외국인들이 차를 고르는 취향도 까다롭기만 하다.


"두바이에서 잘 팔리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중동 신차 시장의 허브(Hub)로 불리는 이 곳에서 지난 12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지역 내 최대 모터쇼인 '두바이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15일 찾은 두바이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엔 BMW 메르세데스벤츠 크라이슬러 도요타 닛산 볼보 아우디 등 세계 30여개 자동차 메이커 및 브랜드들이 쇼룸을 마련,'오일머니'로 두둑해진 소비자들을 잡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번 모터쇼에 한국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이 참가했다.


중동에서 최근 출시된 아제라(신형 그랜저)를 비롯 쏘나타 뉴엑센트(베르나) 투싼 등 7개 차종을 전시한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를 중대형 차량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등에서 잇따라 아제라 론칭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며 중동지역 중대형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말부터는 위성방송 TV광고를 처음으로 내보내고 중동 전역으로 마케팅을 확대한다.


현대차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 오상규 부장은 "아제라는 지난달 29일 두바이에서 론칭되기 전에만 80대가 판매됐다"면서 "알티마(닛산),캠리(도요타)와 같은 일본 경쟁차들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서 그랜저XG를 100대도 판매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중대형 시장 공략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은 지난 2월부터 이 지역에 선보인 쏘나타 판매실적에서 나왔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쏘나타의 월 판매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을 중심으로 1200여대에 이른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전 모델인 EF쏘나타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전역에서 고작 800여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었다.


현대차 딜러사의 압둘 하페즈 마케팅매니저는 "쏘나타의 성공으로 중대형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까다로운 두바이 소비자들도 쏘나타와 아제라의 품질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동·아프리카 74개국에서 지난해(12만9600대)보다 8만대 정도 많은 20만8000대(추정)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형 준중형 등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여온 차종들에 아제라 뉴싼타페 등 중대형 및 SUV 판매를 더해 내년엔 25만대,2007년엔 30만대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올해 54%에 달했던 소형차 비중은 내년에 47%로 낮추고 대신 3%와 5%에 머물렀던 중대형과 SUV 판매비중을 각각 1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헤랄 사에드 두바이 세계무역센터 이사는 "고유가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진 중동은 세계에서 가구당 고급차량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GCC(사우디 UAE 등 걸프 6개국) 국가에서의 신차 판매는 최근 3년간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