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동탄 등 입지가 뛰어난 일부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 걸쳐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3순위까지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나오지 않는 단지마저 생겨 건설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등의 규제로 투자 심리가 급랭한 것이 이 같은 침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해당 단지가 대부분 소단지라는 점 외에 내년 판교신도시 분양을 노린 대기수요 급증과 증시 활황에 따른 자금 유출,서울 동시분양 폐지 등의 개별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약률 '제로' 단지 속출


15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시분양 폐지 이후 첫 개별 분양된 중랑구 중화동 청광플러스원(47가구)은 지난 8일 청약 마감 때까지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접수하지 않았다.


27가구를 분양하는 평택시 비전동 신일유토빌 역시 3순위까지 신청받았으나 청약 통장을 쓴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군포시 당동 KCC 2차는 32평형 36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단 한 명만이 청약 접수해 간신히 청약률 '0'(제로)를 면했다.


물론 이들 단지는 가구수가 적고 입지 등에서 다른 단지보다 압도적으로 돋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실수요를 감안할 때 이처럼 부진한 청약 성적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양시장 침체로 발코니 트기 등을 위해 내년 초로 분양 시기를 연기해 놓고 있는 건설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선보인 수도권 단지 중에서는 신도시 프리미엄을 내세워 일반 1순위에서 최고 42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대우건설의 동탄 푸르지오 정도만 선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 장기화될듯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도권 청약시장이 몇몇 '알짜'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인 시장 침체 속에 각종 악재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규제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것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내년 초 분양되는 하남 풍산지구나 판교를 겨냥,청약 통장을 아끼는 상황이어서 이들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은 청약 및 계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의 트렌드가 실거주와 투자 가치를 모두 갖춘 한 가구만 노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의 설명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내년에 매물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예비 청약자들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유동 자금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서울 동시분양까지 폐지되면서 브랜드가 떨어지는 단지는 분양 물량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청약 시장의 침체는 결국 공급 부족을 불러 장기적으로 집값 불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