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 고객 받든지 70년 · 신뢰 받으며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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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들이 이미지 변신 등을 위해 앞다퉈 회사 이름을 바꾸는 가운데 70년간 사명을 굳건히 지켜온 중견기업이 있어 주목을 끈다.
기계주물 전문생산업체인 봉신(대표 유권호)이 주인공이다. 지난 5월 창립 70주년을 맞은 봉신은 1936년에 문을 연 회사다. 개업 당시 이름은 '봉신주작소'였으나 84년 대주주가 지금의 유권호 대표로 바뀌면서 '봉신중기'로,97년엔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회사 이름에 '봉신'이란 단어는 끝내 버려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봉신(奉信)은 한자풀이 그대로 '고객을 받들어 신뢰를 받는 회사로 발전한다'는 이 회사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奉'은 주군에 대한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을 뜻하는 일본말인 '다테마쓰루'(奉)에서 따온 것으로 일본인이 좋아하는 단어다. 창업 당시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이 이름을 채택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봉신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일본 기업이 사들이는 비중이 45%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신 전체 수출물량의 70%가 일본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봉신의 유재흥 이사는 "사명이 발음상 '병신' 등과 비슷하다며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주주들로부터 자주 받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유 이사는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데다 회사영업을 위해서도 전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사명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