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채권 시장이 국채 위주로 재편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지속적인 위축은 직접금융 시장에서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확보 길을 막아 중장기적으로 투자재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기업들의 자금수요 감소에 따른 탓이기도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인프라 미비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발행·유통시장 모두 위축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발표한 보고서 '회사채 시장의 기업자금 조달기능 위축 원인과 시사점'에서 "외환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회사채 시장은 2001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순상환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신규 회사채 발행분보다 상환액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반면 국채발행 잔액은 꾸준히 증가해 전체 채권발행 잔액에서 회사채발행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8.7%에서 2005년 6월에는 17.8%로 떨어졌다. 발행시장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도 회사채 비중이 격감했다. 전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1998년에는 54.8%에 달했으나 올해(1∼9월)는 2.5%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해야 회사채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어든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늘어나면서 투자를 하더라도 굳이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신용위험에 대한 관심 고조로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기피 성향 강화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 미미 △국채와 통안채 발행 급증 등도 회사채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급여건상의 변화 외에 채권시장의 인프라와 같은 내부 원인도 채권시장 위축을 초래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기업들의 신용 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고,회사채의 신용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게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라는 것.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급 및 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용파생 상품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