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부산 감만동에 사는 김민광씨(45)는 해운대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만취상태로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했다. 김씨는 그러나 1주일 후인 11월8일 과속 범칙금 고지서 두 장을 한꺼번에 받았다. 단속 카메라에 찍힌 장소와 시간으로 봐 두 건 모두 대리운전을 이용했을 때라고 판단한 그는 대리운전 업체에 대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대리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이 차주에게 전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더라도 피해를 보상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연말연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15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대리운전 관련 피해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늘어난 120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리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차주에게 범칙금이 부과된 사례가 38건(31.7%)으로 가장 많았다. 과속,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은 대리운전을 이용한 후 최소 1주일은 지나야 범칙금 고지서가 도착하기 때문에 대납을 요구하면 업체는 대리운전 사실을 부인하거나,해당 대리운전자가 자기 회사 소속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보원은 전했다. 운전 미숙으로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아 차량이 파손됐을 때 보상을 하지 않거나 회피한 사례도 29.2%(35건)에 달했다. 접촉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대리운전자가 아닌 차주의 책임보험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보험료가 할증된 사례도 22.5%(27건)를 기록했다. 보통 일반인들은 대리운전자의 실수로 접촉사고가 났을 때 해당 업체의 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차주에게 있기 때문에 일단 차주의 책임보험에서 한도만큼 배상하고 한도가 넘는 경우에만 대리운전보험이 적용된다고 소보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대리운전자의 실수라 할지라도 사고가 나서 보험 처리를 하면 차주의 보험료 할증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순일 소보원 정보기획분석팀장은 "부득이하게 대리운전을 이용할 경우 운전자가 도착하면 보험가입증명서와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