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유기농 누들(면) 바 '호면당' 명동점. 프랑스 밴드 '고탄(Gotan) 프로젝트'가 연주하는 탱고 음악이 경쾌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이 음악은 그러나 동양적인 실내 분위기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블루 코드의 뮤직매니저 정윤경 대리(27)는 "실내 인테리어는 오리엔탈 풍의 ' Zen(젠·禪)' 스타일인 데 비해 음악은 서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매장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차분한 템포의 연주 음악을 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호면당은 최근 들어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뮤직 매니저인 정 대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레스토랑을 연 2002년에는 젠 스타일이 유행해 주로 불교 풍의 음악을 틀어놓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이 난해하고 매장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손님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낮 시간대에는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저녁에는 재즈와 라운지 음악으로 바꿨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자연히 매출도 떨어졌다. 호면당 본사는 이번 기회에 8개 매장의 배경음악을 체계적으로 바꿔 매출과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영규 명동점 지배인은 "호면당에 가면 음식도 맛있지만 나오는 음악이 특히 마음에 들어 자주 찾게 된다는 평을 듣기 위해 뮤직매니저의 컨설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이날 2시간여 동안의 상담을 통해 매장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손님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그는 "TV 드라마 '아일랜드'의 배경음악을 연주했던 밴드 '두번째 달'의 음악이 명동점 분위기에 딱 맞는다"며 "다섯 곡이 끝나고 나면 중간에 오카리나(흙피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뮤직매니저는 이처럼 매장의 업종,속한 지역,영업 시간대를 고려해 적합한 음악을 고른 뒤 웹(WEB)을 통해 서비스해준다. 해당 매장의 세일즈 데이터와 이용 고객의 연령대,계절과 날씨 등까지 고려해 여기에 맞는 배경음악(BGM)을 공급한다.


음악과 매출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정 대리와 같은 뮤직매니저가 최근 인기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음악과 매출의 연관 효과는 각종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들려주는 느린 템포 음악은 매출을 10%가량 증대시키고,백화점 할인행사 때의 빠른 음악은 고객 회전율을 10% 정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 대리는 "요즘은 배경음악을 매출 확대 수단으로 이용하는 '음악 마케팅'이 레스토랑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회사와 종합병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직매니저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백화점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배경음악으로 CD나 인터넷으로 바로 듣는 개인용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영리 목적으로 음악을 트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뮤직매니저는 음악 선곡은 물론 저작권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준다.


정 대리는 "뮤직매니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고,친화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