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사장님"하고 부르면 모든 사람이 돌아본다는 노랫말처럼 우리 주위에는 정말 사장이 많다.


'사장 한번 해보겠다'고 열심히 도전하는 직장인과 젊은 예비창업자들도 많다.


그러나 진짜 사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자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를 제대로 알고 뛰어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서광원 지음,흐름출판)은 바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사장의 실체를 다루고 있다.


사장이 가장 고통을 느끼는 것은 부하를 해고할 때라고 한다.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리더가 가장 하기 어려운 결정의 하나다.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없듯이 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리더가 될 수 없다.


이 책에는 여러 CEO가 부하를 해고할 때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끼는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것도 고통이다.


그것도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믿고 아끼던 부하가 사표를 냈을 때 심정을 한 CEO는 '실연'의 고통에 비유하고 있다.


사장은 늘 웃고 있어야 한다.


표정만 달라져도 부하 직원들과 거래처가 동요하기 때문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 가사처럼 속마음은 늘 불안감과 조바심에 시달린다.


많은 사장들이 혼자서 술을 마시고 속병을 앓는다.


헬스클럽에서 산뜻한 운동복으로 러닝머신을 달리는 모습은 드러나 있지만 조그만 카페에서 혼자 술마시는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장은 외롭다.


외로워도 고민을 들어줄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장은 외로운 나머지 애인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특징은 몸매 잘 빠지고 얼굴 예쁜 여자가 아니라 평범하게 생기고 그냥 경청해주는 여자라는 묘한 증언도 있다.


사장은 힘든 자리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장들은 '나도 때로는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속을 뒤집는 부하를 보면 '당신도 사장 한번 해봐라'라고 마음속으로 악담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사장을 왜 하려고 안달일까? 그 고통과 어려움을 뚫고 나가면 성과가 있고 보람과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장들의 성과와 보람,희열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지만 진짜 사장이 되고자 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CEO와 직접 인터뷰했다.


한밤중에 자택을 찾아가기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들어있는 진짜 '사장학'을 끄집어낸 것이다.


책은 총12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장의 주제는 '리더,그들도 사람이다'로 돼 있다.


지금까지 사장학들이 사장의 기능과 임무,그리고 성과와 위용을 다뤄왔다면 이 책은 사장의 내면과 고통을 다루고 있다.


언젠가 사장이 되겠다는 사람,지금 당장 사장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사장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번개같은 통찰력과 짜릿한 감동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자마자 아내에게 넘겨줬다.


이 땅 모든 사장들의 배우자가 이 책을 읽으면 외로움을 타는 사장은 훨씬 줄어들 것 같다.


길 가다 "사장님" 하고 불렀을 때 뒤돌아보는 모든 사람들은 과연 사장학 공부를 한번이라도 해보았을까?


344쪽,1만2000원.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