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내 인생 최악의 해.' 미국 경영잡지 포천이 최근호에서 올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린 기업 최고경영자(CEO) 7명의 이야기를 '2005년 가장 괴상했던 CEO의 운명의 순간(The Weirdest CEO Moments of 2005)'이란 제목으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주로 혼외정사와 성희롱,여성비하 등의 행위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많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유흥비를 탕진하고 '나몰라라' 했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몰래카메라에 비리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시대여서 이들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도브 차니 아메리칸어패럴 CEO는 직원들 앞에서 볼썽사납게 행동했다가 고소를 당했다. 원고들은 차니가 속옷만 입은 채로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자위기구를 직원들에게 돌렸다고 주장했다. 차니는 "성과 관련된 말들은 자유로운 사회의 직장생활에선 일상적인 농담이었다"고 반발했지만 지난 5월 피소됐다. 로버트 오코넬 전 매스뮤추얼 CEO는 부인 때문에 해고되고 말았다. 오코넬의 부인은 이사회에서 오코넬이 정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사회는 스캔들의 증거는 밝히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오코넬의 퇴직금 계정에 수백만달러가 흘러들어간 엉뚱한 비리를 발견했다. 포천은 CEO들이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룻밤 유흥과 이어진 거짓말이 인생을 바꿔놓기도 했다. 새비스의 CEO인 로버트 매코믹은 지난 9월 뉴욕 맨해튼의 한 토플리스클럽에서 24만1000달러어치를 신용카드로 결제해 놓고도 2만달러만 들었다고 주장했던 것.하지만 계산서엔 24만1000달러로 나왔고 그의 사인도 버젓이 있었다. 새비스는 다음달 이사회를 열고 매코믹 CEO를 한푼도 주지 않고 해고시켰다. 세계 3위 신문 재벌인 콘라드 블랙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 사주는 자기 사무실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에 자신이 걸려들고 말았다. 블랙은 2003년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삿돈 3200만달러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그런데 그가 사무실 뒷문을 통해 증거가 될 만한 파일 상자를 몰래 반출하면서 법원의 조사를 조롱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혀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것이다. 작년 1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 11월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여성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바짝 정신차려야 할 것 같다.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창립자인 버니 에클스턴은 지난 6월 인디500 대회에서 우승한 대니카 패트릭에 대해 기자에게 말하면서 "그녀는 대단하다"면서 "여자들은 가전제품처럼 모두 흰색으로 치장해야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은 너무 급작스럽게 퇴진하면서 개인사물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몇 주 뒤에 회사는 그의 몰타산 흰고양이의 건강기록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수건,속옷들을 발견했다. 대기업 회장의 얄궂은 사생활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포천은 "이런 사적인 물품은 집에다 모셔놓는 게 좋을 뻔했다"며 이 얘기를 소개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