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사실상 성과없이 끝났다. 남북은 제17차 장관급 회담 나흘째인 16일 오후 회담장인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종결회의를 갖고 군사당국자 회담과 북핵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 원칙 등을 담은 9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또 △경협확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고 △내년 2월 적십자회담과 3월 이산가족 상봉 개최 △개성지구 역사유적의 세계 문화유산 등록 △태권도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등에도 합의했다. 남측은 그러나 당초 목표한 군사당국 간 회담의 구체적 날짜를 잡지 못했으며 북한의 6자회담의 조속한 복귀와 관련해서도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납북자및 국군포로의 생사확인 문제 등 우리측이 강력히 관철시키고자 했던 내용들도 구체화시키지 못하는 등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우리측은 북핵 이외의 문제가 6자회담 진전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며 신속한 6자회담 복귀의지를 요구했으나 북측이 6자 회담이 난관에 빠진 책임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당초 공동보도문을 발표키로 한 15일 저녁을 훨씬 넘긴 채 밤샘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절충에 실패한 뒤 16일 오후 늦게 초읽기에 몰려서야 합의문을 도출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북측 대표단 일부는 특히 16일 오전 회담도중 "평양으로 돌아가겠다"며 짐을 꾸리고 회담장인 호텔 로비를 서성거리는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제18차 장관급 회담은 내년 3월28일 평양에서 열린다. 서귀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