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이언스 발표 논문 '환자맞춤형 체세포 핵이식 복제배아줄기세포 추출'의 제1,2 저자로 이름을 올린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다. 황 교수는 16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실험실에 보관돼 있던 줄기세포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러나 "뒤바뀐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며 "사법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황 교수는 이날 수사대상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미즈메디병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황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궁지에 몰린 황 교수가 미즈메디병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밝히며 즉각 반박하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이번 줄기세포 논란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황우석-노성일 왜 틀어졌나 노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년 12월 이후 황 교수와 소원한 관계였다"고 털어놨다. 이미 둘 사이는 올해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벌어졌다는 얘기다. 노 이사장은 "황 교수의 위세가 저의 힘보다 컸고 국가적 영웅으로 등장했고 연구비도 수백억원을 움직였으므로 황 교수의 입장이 커보였던 것 같다"며 줄기세포 논문 발표에 대한 논공행상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에 불만을 가졌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노 이사장은 지난 11월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언론에 줄곧 "나는 황교수팀이 아니다"며 황 교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황 교수가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미즈메디병원 김선종 연구원에게 '12월27일까지 돌아와 줄기세포 만드는 것을 도와주지 않을 경우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며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3년간 연구를 도와준 미즈메디 연구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볼 때 교수로서,과학자로서,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하며 황 교수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사법당국에 의해 판가름 나나 황 교수가 "줄기세포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앞으로 양측의 진위 여부는 사법당국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만약 황 교수가 짐작하는 대로 미즈메디병원의 누군가가 줄기세포를 바꾼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미즈메디병원은 이번 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사실상 주범으로 떠오르며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만약 노 이사장의 주장대로 황 교수가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미즈메디병원에 떠넘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황 교수는 과학자로서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사회적으로 매장되며 최악의 경우 역시 법적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