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지속가능한 공헌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공헌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려는 CEO(최고경영자)들의 관심과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최태원 SK㈜ 회장은 작업복 차림에 리어카를 끌고 서울 청운동의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리어카에는 연탄이 잔뜩 실려있었다.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사랑의 연탄 나르기'에 나선 것.얼굴에 검댕이를 묻혀가며 땀을 뻘뻘 흘린 최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면 저 자신부터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의 근로복지센터 '위캔'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40명과 쿠키를 굽기도 했다. 이처럼 회장이 직접 나서는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웃돕기가 본격화되는 연말에 절정에 도달한다. 계열사별로 10여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기업은 사회를 밝히는 불꽃이 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오는 2007년까지 500억원을 사회공헌 사업에 투입키로 하고 '한화문화재단'과 '한화복지재단'도 설립했다. 올해 한화그룹의 자원봉사 참가인원은 연 2만5000명.전직원이 1년에 한번은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한 셈이다. 한화는 또 매칭그랜트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 액수에 회사가 150%의 금액을 추가해 사회공헌 기금을 만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신입사원 100명과 함께 '사랑의 100리 행진'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 행사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그룹 내 직원을 돕기 위한 것으로 참가 직원 1명이 1km를 걸을 때마다 소속사가 1만원씩 후원금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의 특기는 자장면 만들기다. 두툼한 손으로 능숙하게 뽑아내는 면발은 중국집의 여느 주방장 못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이 사장은 사내 봉사동아리인 '사자모(사랑의 자장면을 만드는 모임)' 회원들과 장애인 재활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다니며 자장면을 만든다. 그는 "자장면을 만들면서 사회와 기업,노사간의 협력과 봉사정신을 배운다"며 "재료들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맛이 나듯이 기업경영도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이 서로 밀고 당기는 협력을 이뤄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얼마 전 1평도 채 안되는 크기의 쪽방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영등포의 골목을 찾아 침구와 방한의류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