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KDI는 내년도 경제기상도를 '맑음'으로 진단하며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생산 수출 내수 등 삼박자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4.9% 성장을 예고했다. 민간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경기가 몇 년째 잔뜩 움츠러들었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그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그런 상황이다. 내년 5월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최대 변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 지방선거가 유례없는 국론 분열을 조장,경제 성장 저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을 결코 과장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아세안+3 정상회의' 출국에 앞서 지방선거 후유증을 예고한 바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 목소리를 낼 것이고,지방은 지방대로 '수도권 정책'을 향해 또 한번 목소리를 낼 것이다. 결국 서로 상대방의 정책을 다 막으려는 흐름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걱정이다." 우리 선거 풍토에서 영ㆍ호남으로 갈라지는 지역감정은 어찌 보면 치유하기 힘든 고질병이다. 이 같은 상황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충돌할 경우 '동서남북'으로 국론이 갈리는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지적이 경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되는 부분은 지역감정보다는 노 대통령 스스로 어떤 행보를 보이냐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들은 탄핵,연정론 등 노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사용해온 '올인 승부'를 여러번 경험했다. 노 대통령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일희일비' 했으며,어느새 경제 현안은 저만치 떠밀려 침체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정치권의 상황은 노 대통령의 '올인'가능성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호남지역에선 민주당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으며, 충청권에선 신당이 부상하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여당을 외면하고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때문에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친정인 열린우리당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이재용 환경부장관 등 현 행정부 관료가 대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초 예상되는 개각의 성격이 1년 경기를 전망할 수 있는 잣대라면 성급한 판단일까.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올인'식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경기회복 조짐이란 희소식이 정치적 행위로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각자의 로드맵을 착실히 걸어갈 때 경제 성장 5%가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