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현대그룹..독거노인 찾아 빨래.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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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의 일이다. 민간봉사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 한 중년여성이 찾아왔다. 손에는 과일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는 이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독거 노인을 찾아 다니며 빨래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했다.
당시엔 주부였지만 지금은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었다. 인추협 사람들은 고 정몽헌 회장 장례식 장면을 TV로 지켜본 뒤 비로소 그가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현 회장은 신분이 알려진 요즘도 바쁜 일정을 쪼개 가끔 인추협 사무실을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현 회장의 스타일 때문일까.
현대그룹은 겉으로 드러내고 봉사활동을 벌이는 것보다는 남몰래 묵묵히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는 현대상선 여직원 모임인 '수평선회'. 이 단체는 180여명의 회원으로부터 매달 3000원씩 회비를 걷어 봉사활동에 사용한다. 돈이 모자랄 땐 수익사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평선회가 한 달에 두 번 주말을 이용해 찾는 곳은 노량진에 위치한 '성노원 아기집'. 부모 없는 아기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수평선회는 매년 본사 지하식당에서 일일호프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쌀과 생활용품을 구입,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사회공헌활동보다는 계열사별로 직원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한다. 봉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3년 태풍 매미 피해 때 현대상선 직원 50여명이 부산에 내려가 복구작업을 도운 것은 자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였다. 당시 회사측은 이들을 모두 출장 처리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현대증권은 사회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전국의 소년소녀가장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후원자 역할을 맡기로 하는 기념행사를 지난 14일 자사 대강당에서 가졌다. 이날 행사를 통해 현대증권은 지점별로 쌓은 적립금과 수익금 일부를 합쳐 3억5000만원을 소년소녀가장 70명에게 장학금으로 2년간 월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증권은 이 밖에 아동요양 및 재활시설인 석암재단,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 노인을 위한 봉사기관인 만남의 집 등을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전사적으로 추진중인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캠페인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현대택배도 여직원들 모임인 ?아름나래회?가 봉사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름나래회는 1988년 25명의 여직원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 동아리. 지금은 본사와 전국 35개 지점에 근무하는 여직원 1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봉사활동은 무의탁노인돕기. 자식없이 수십년 홀로 지내다 거동이 불편해진 할머니들을 2주일에 한 번씩 조를 나눠 방문,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있다. 일일호프와 찻집을 열어 생긴 수익금을 매년 고아원과 양로원에 전달하는 일도 아름나래회의 전통이 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