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후 호남지역에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설과 강추위로 이 지역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택배회사들의 배송과 집하가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수출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7일 오후와 18일 사이 광주·전남지역에 쏟아진 눈과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피해가 속출했다. 17일 오후 나주시 노안면에 있는 정부 양곡창고가 쌓인 눈에 무너지면서 수입현미 등 10여만 가마의 일부가 눈과 건물 잔해에 묻혔다. 신안군 흑산면 지역 11개 마을 주민들은 17일 오후 4시간 동안 정전되면서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장성에서는 초등학교 건물이 무너지는 등 전남지역 곳곳에서 건물과 축사,비닐하우스 등의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18일 새벽까지 20cm의 눈이 쌓인 전남 목포지역은 하루 종일 주요 간선도로가 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대한통운 목포영업소에 따르면 목포에서 영암 신안 진도 무안 완도 진도 등지로 가는 화물 배송과 집하가 정상보다 2~3일 정도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 1400~1500개의 배송 화물이 배송되지 못한 채 쌓이자 목포영업소 측은 급기야 서울 본사에 더 이상 주문을 받지 말라고 요청했다. 목포영업소 관계자는 "요즘 들어 화물을 배송하느라 개당 1000∼2000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개당 배송 수익이 1000원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퀵서비스 요원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거래 업체 화물의 경우 아직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으나 앞으로 눈이 조금만 더 올 경우 이마저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폭설로 항공기 결항 사태가 속출하면서 이 지역 기업들도 수출납기를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공장은 폭설 이전만 해도 매일 오전 세 차례 비행기를 이용해 수출품을 선적해 왔다. 이달 들어 항공기 결항이 잦아지면서 인천공항까지 화물차를 대체 운송수단으로 긴급 투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이어 폭설까지 겹치면서 벌써 2주째 화물차로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며 "그나마 최근에는 육로 상황도 원활하지 못해 예약 항공기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물 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말 특수로 인해 평소에 비해 우편물이 10∼20%가량 늘어난 데다 연이은 폭설과 한파로 각 시·군으로 전달되는 우편물 운송 차량이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고 있다. 산간 오지의 경우 3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 통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제설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폭설이 집중되고 있는 군산시와 정읍시 등은 하루 최고 3000만원 안팎을 제설비로 쏟아붓고 있으며,1억∼2억원 정도인 1년 제설 예산이 보름여 만에 모두 동났다. 지난 4일 첫눈이 내린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광주·전남지역의 재산 피해액은 모두 1559억원에 달한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