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집 딸이 내년에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할 디자이너로 꼽혔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디자이너 정두리씨(32)가 그 주인공. 정씨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6일자)가 선정한 '2006년,세계를 바꿀 10명의 인물'에서 패션 부문의 인물로 뽑혔다.


그는 지난해 아메리카 패션디자이너회의(CFDA)가 주최한 신인 디자이너 경연대회에서 결선 진출자 1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패션계에서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의 이름은 유명 패션잡지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씨의 부모는 뉴저지 새들브룩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5년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그는 조각가인 제프리 빈의 견습생으로 6년간 훈련을 받고 난 후 이 세탁소 지하실에서 자신의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이 그 당시의 다른 이민자들처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주셨다"며 "근면하게 일하는 자세와 참을성을 갖는 게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가르쳐주셨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이 같은 가르침이 오늘날의 정씨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CFDA의 회장인 스탠 허만은 "정씨의 경력은 한편의 오페라 대본처럼 유별나다"며 "뉴저지의 허름한 지하실에서 조그만 여자 재봉사가 만들어낸 옷이 처음부터 까다로운 뉴욕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9월 자신의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덕분에 유명 의류업체가 잇따라 그에게 접촉해왔다. 최근엔 자신의 사무실을 맨해튼의 패션 거리 중심지로 옮겼다.


그녀는 "아직도 지하실에서 보낸 4년을 잊을 수 없다"며 "그 시절에 비해 유명해져서 내가 만든 옷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 때문에 아직도 재단과 재봉 등 모든 일을 직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아직 정씨가 자신의 패션 디자인 스타일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에게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편 뉴스위크가 선정한 '2006년,세계를 바꿀 인물'에는 정씨 외에 부문별로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창업한 톰 앤더슨과 크리스 드월프(기업인)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영국) △스노보드 선수 세스 웨스코트(올림픽) 등이 포함됐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