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진실은] 본 사람은 있지만 진위 확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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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환자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줄기세포가 과연 존재했는지,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뀌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날로 커지면서 실체의 단서를 쥔 황 교수와 그의 핵심 측근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있다.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복제줄기세포 논문의 공동 저자는 황 교수를 포함,모두 25명. 하지만 줄기세포 수립의 모든 단계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논문의 진실여부를 둘러싸고 황 교수,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김선종 미 피츠버그대 연구원 간 요란스런 주장만 난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공동 저자 중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수립에 가장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는 이들 3명 외에 강성근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와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전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장),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 등이 꼽힌다.
강 교수는 이 연구의 실무 책임자다. 윤 교수는 복제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일을 맡았다. 권 팀장은 줄기세포 관리 담당자로서 황 교수가 지목한 대로 줄기세포를 현미경으로 확인한 6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이들 3명은 MBC PD수첩팀이 지난달 중순 황 교수팀과 공동 검증 합의서를 작성한 뒤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로 줄기세포를 받으러 갔을 때 현장에 모두 있었다.
권 팀장은 그날 연구실 인큐베이터에서 줄기세포 5개 라인(2.3.4.10.11번)을 직접 꺼내 강 교수의 확인을 받아 PD수첩팀에게 건네줬으며 윤 교수는 이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강 교수는 2002년 황 교수팀에 합류한 뒤 이병천 수의대 교수와 함께 '좌 병천 우 성근'이라 불릴 정도로 황우석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난자 제공과 관련한 윤리문제부터 논문의 진위 논란까지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올 때마다 적극적 방어 논리를 펴며 황 교수를 지원했다. PD수첩이 자체적으로 행한 DNA검사 오류를 지적했으며,황 교수가 "줄기세포와 맞바뀌었다"고 주장하기 이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11개가 모두 서울대 수의대에 보관돼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윤 교수도 이번 진위논란의 핵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윤 교수는 올해 2월 한양대 의대 해부.세포생물학 부교수로 옮기기까지 10년 동안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장을 맡아왔다. 황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할 당시 미즈메디측의 실질적 파트너였던 셈이다.
줄기세포의 반출.분석을 맡았던 권 팀장도 이번 진위 논란의 실체에 근접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 밖에 공동저자 중 체세포 핵치환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K 서울대수의대연구원과 테라토마 연구를 진행한 H 한양대 연구원도 진실의 키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의혹이 2004년 논문으로 비화될 경우 그 당시 체세포복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박을순 피츠버그대 연구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교수는 면역거부반응이 전공이어서 사실상 전 과정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성근 교수와 권대기 팀장은 황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25명의 연구원이 전부 논문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고 보도했다. 줄기세포를 본사람은 많지만 DNA 확인자가 없는 지금 25명 중 누군가 진실을 빨리 말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