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분석'은 신규 사업계획을 짤 때 빠지지 않는 방법론이었다. 지난 6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만든 이 방법론은 회사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그리고 신규사업 진출시의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 인기를 모았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기업들은 그러나 이제 이 SWOT는 취급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많은 기업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블루오션전략의 핵심방법론인 '전략캔버스(Strategy Canvas)'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이 새 시장을 창출하는 핵심 방법론으로 보고 전략캔버스를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부산∼제주도 간 대형 카페리를 운항하고 있는 동양고속훼리 경리과의 이하일 과장(39)은 요즘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전략캔버스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사원들이 3명씩 조를 이뤄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놀라운 가치'를 줄 수 있을지 토론도 자주 벌인다. 이 과장은 "처음엔 왜 이런 것까지 시키느냐며 내심 불만도 많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략캔버스는 지속가능한 고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쟁사나 고객뿐만 아니라 지금은 고객이 아닌 비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블루오션전략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방법론이다. 공급자의 눈이 아니라 고객의 시각에서 볼 때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가 과연 다른 회사와 얼마나 차별화되는지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야 한다. 전략캔버스가 기업의 주요 방법론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이제 관심 차원을 넘어 블루오션전략을 실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전략캔버스는 특히 블루오션전략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삼성전자 VIP센터가 이 방법론을 통해 2001∼2004년 모두 5조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VIP센터는 주요 제품군의 상품화보고서에 이 전략캔버스를 첨부할 것을 의무화하면서 아무리 세계 최초 개발품이라도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없으면 개발을 포기하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획기적인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략캔버스를 활용한 전략 수립 작업에는 특히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빠른 중소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장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에이스트로닉스의 장영술 사장은 4개 사업부를 모아놓고 내년 2월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 전략캔버스를 첨부하도록 지시했다. 이 회사 정보통신사업부 윤재형 부장은 로봇과 초광대역무선통신(UWB)솔루션을 아이템으로 잡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원들과 토론을 벌이는 과정 자체가 우리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상호저축은행은 두 달 전 사내 블루오션 워크숍을 연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학습결과를 점검하는 전략캔버스 경진대회를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6개팀이 업무혁신을 위한 전략캔버스를 발표한 뒤 토론을 가졌다. 이 회사 유석현 대표는 "향후 3년간 블루오션전략 체질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블루오션전략 10번 읽기를 유도하는 10클럽 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발빠르게 전략캔버스를 활용한 블루오션전략 실행에 나서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아직까지는 '실험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난 8월 블루오션전략 창시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를 초청해 블루오션전략 도입을 선언한 신한금융그룹과 블루오션전략 한국판 출판사인 교보문고가 전략캔버스를 의무화한 정도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