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이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움직이는 인터넷 시대'가 열린다. 달리는 차 안에서든 길거리에서든,심지어 산꼭대기에서도 단말기만 있으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등이 개발한 한국형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가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사업자로는 이미 KTSK텔레콤이 선정됐다. KT와 SK텔레콤은 내년 6월께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에 나선다. 이에 따라 달리는 차 안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주식 거래나 쇼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제2의 인터넷 혁명'이 시작된다. 단순히 '움직이는 인터넷'에 그치지 않는다. 무선 인터넷 전화,다자 간 영상 통화와 방송 프로그램 전송도 가능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기존 서비스를 잠식할 수 있어 상용화가 늦어지겠지만 와이브로는 일상 생활과 산업계의 판도를 확 바꿔놓을 게 분명하다. ◆와이브로 전송속도 빨라진다 삼성전자와 KT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와이브로는 수차례 시연을 거치면서 성능이 향상됐다. 작년 말 007 가방 만했던 와이브로 칩은 손톱 크기로 작아졌고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이용자가 단말기로 느끼는 전송 속도는 이제 초당 4.2메가비트(Mbps)에 달한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이경주 기획팀장은 "내년 4~6월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무렵엔 다운로드(내려받기) 속도가 10Mbps에 달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집안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보다 3배 이상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로 전송 속도는 이론상으로는 270Mbps까지 빨라질 수 있다. ◆통방 융합을 위해 태어난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늘어난다. 한 화면에 여러 개 창을 띄워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무선 인터넷 전화와 TV 프로그램 전송도 가능하다. 와이브로 하나로 통신과 방송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와이브로 기술 개발에 참여한 고종석 KTF 전무는 "와이브로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유선과 무선의 통합 등 컨버전스를 위해 태어난 서비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장 일대에서 와이브로를 시연할 때 달리는 차 안에서 아리랑 TV와 CNN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와이브로가 유선의 무선화뿐 아니라 통방융합 미디어로서 파괴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다 같이 와이브로를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콘텐츠와 가격이 성공의 관건 관건은 콘텐츠와 가격이다. KT는 내년 2월 서울 강남·서초,신촌,경기 분당 등지에서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와이브로 포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과 같은 와이브로의 관문을 만들어 게임 금융상품 등 각종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와이브로 요금제는 정액제를 기본으로 종량제를 접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원표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은 "서비스 이용시간대,요일,콘텐츠,속도 등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신축적인 와이브로 서비스 요금부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와이브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비스 수요 인구가 875만5000명이며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요금은 월 2만3000원,적정 단말기 가격은 36만1000~46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