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무가 절반이며 나머지는 비즈니스맨으로 일합니다." 올 1월 온라인 미니홈피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류한 김도현 변호사(35·미국 변호사).김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회사의 각종 협상을 책임지고 대내외 사업 설명회 때마다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소속도 법무팀이 아니라 글로벌사업팀이다. 회사 내 유일한 변호사지만 업무가 법률자문에 그치지 않기 때문.싸이월드가 중국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 시험 서비스를 준비 중인 요즘 김 변호사는 더 바빠졌다. 싸이월드 서비스가 미국의 다른 경쟁사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부터 현지 법인 설립 신청 절차와 사무실 임대 등 김 변호사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이 늘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 변호사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국제 법률과 현지 사정에 밝은 미국 변호사를 선호하는 추세다. 국내 최대 검색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의 이석우 미국 변호사(39)와 정연욱 미국 변호사(36),오세은 미국 변호사(여·29세)가 이런 이유로 사내 변호사로 채용됐다. 이 변호사는 NHN과 중국의 최대 게임 포털 '아워게임'과 합작을 한 작년 5월에 입사했고 오 변호사는 올 8월 들어왔다. 정 변호사는 NHN이 미국에 진출한 올 9월 이곳에 둥지를 텄다. 이들은 인터넷 게임과 관련해 국내법과 외국법 간 차이를 검토,향후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논란를 줄이는 일을 주로 한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하면서 게임머니를 얻거나 잃는 것이 한국에선 합법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올 1월부터 야후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육동욱 미국 변호사(36)도 회사의 글로벌화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본사가 미국이어서 본사의 글로벌 전략을 한국 환경에 적합하게 맞춘다는 점이 다른 포털변호사들과 구별된다. 육 변호사는 "본사의 경영 방침이 한국법에 위배되는지와 수익성이 있는지를 동시에 검토해야 하므로 법률 외에 인터넷사업 동향에도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업체 변호사는 법률지식뿐만 아니라 사업성에 대한 판단력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연욱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결책과 대안을 함께 찾는 것이 포털업체 사내 변호사들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로펌에 있을 때는 의뢰인의 사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위험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나면 그만이지만 사내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포털업체의 변호사들은 날마다 새로운 사업에 접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지만 동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업종 특성상 늘 전례가 없는 문제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해야 하는 데다 경쟁사와의 두뇌싸움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카페 미니홈피 등 한 가지 모델이 성공하면 경쟁사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다반사다. 김도현 변호사는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사에서 얄미울 정도로 많이 베낄 때가 있지만 그래도 항상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유승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