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슬람, 누그러지는 반미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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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슬람 세계에서 반미(反美) 감정은 워낙 광범위하고 뿌리 깊어서 그 같은 감정이 바뀌려면 아마 수세대가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 중 하나인 파키스탄에서 실시된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요새이자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지만 현재 미국에 대한 여론은 9ㆍ11테러 이후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반면 알카에다에 대한 지지도는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극적인 변화의 직접적 원인은 바로 최소 8만7000명이라는 사망자를 낳은 지난 10월 지진의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이다. 미국은 구호 작업에 510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으며 미군은 피해자 구호에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영리재단인 '테러 없는 내일'과 여론조사 기관인 'AC닐슨파키스탄'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미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5월 23%에서 11월 말에는 46%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는 답변은 이 기간 48%에서 28%로 떨어졌다.
파키스탄뿐 아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테러 없는 내일'이 올해 2월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인도네시아 국민의 65%는 작년 12월 '쓰나미' 때 미국이 보여준 구호 활동의 결과,미국에 대해 더 호감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이 같은 변화가 다른 이슬람 국가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이슬람 세계 전체에서 대중들의 감정이 광범위하게 변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것과 반비례해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리즘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테러리스트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파키스탄인이 지난 11월 말 현재 73%로 5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인도적 구호 활동을 직접 경험한 이슬람인들이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에선 응답자의 78%가 미국인들의 도움이 미국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미국의 특정 정책은 이슬람 사회에선 여전히 인기가 없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의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에 대해 거의 언제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면 미국의 인도적 활동은 재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을 사회의 주류에서 몰아내는 데도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리=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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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후세인 하카니 미 보스턴대 국제관계센터 소장과 케네스 발렌 '테러 없는 내일' 대표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Sentiment Shifts in the Muslim Worl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