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요코하마조선소에서는 외신기자 초청 '지구(地球)'공개회가 열렸다. 지구호(號)는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개발한 지구 심부 탐사선 이름이다. 일본의 최첨단 해저 탐사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자리였다. 일본은 1975년부터 심해 탐사 작업을 준비해 왔다. 독립행정법인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주도로 실행돼온 심해 굴삭 계획의 핵심인 지구호는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라 아사히코 지구탐사센터장(59)은 "지구는 인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그리고 지구의 탄생 비밀을 파헤칠 임무를 맡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호는 길이 210m,폭 38m,높이 112m로 5만7100t 규모의 초대형 선박이다. 제작비만 6000억원이 투입됐으며,연간 운영비로 1000억원이 들어간다. 재정 지출 삭감에 적극적인 일본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심해 탐사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깊은 바닷속의 지층속에는 지구와 생물의 탄생 비밀을 밝혀줄 미생물이 살고있다. 또 현재 육상에는 없는 미생물을 이용할 경우 새로운 의약품이나 식품,에너지원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지층 굴삭 과정에서 유전이나 가스전 발굴도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심해 탐사에선 해저 2800m까지 굴삭 기록을 세운 미국이 가장 앞서왔다. 그러나 지구호 완성으로 일본은 심해 1만m까지 탐사가 가능해 졌다는 게 다이라 탐사센터장의 설명이다. 지구호 연구진은 정부는 물론 도쿄대 해양연구소,유전 탐사 민간회사 연구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심해 탐사 프로젝트에 민간과 정부가 똘똘 뭉쳐 나선 셈이다. 지구호는 지난달 26일 아오모리 인근 바다에서 실시한 첫 시험 굴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심해 탐사 작업에 들어가 2007년께 해저 1만m 탐사에 도전한다. 거대한 지구호를 둘러보고 탐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일본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됐다. 요코하마=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