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들을 대거 영입해 새로운 진용을 짜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전체 임원의 40%가 삼성 출신으로 채워진 상태다.
이는 공채기수 중심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 핵심인력을 통해 앞선 경영기법을 구현하는 삼성식 '혼혈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조직의 긴장도와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김준기 동부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룹 일각에선 외부 인사의 과다 영입으로 공채 출신 임직원들의 사기와 충성심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동부는 19일 삼성비서실 인사팀장 출신으로 CJ홈쇼핑 대표이사를 지낸 조영철씨를 ㈜동부 사장으로 영입했다.
신임 조 사장은 삼성SDS 사장 출신으로 2001년 동부로 자리를 옮긴 이명환 ㈜동부 부회장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 출신으로 동부에 입성한 CEO는 올해에만 조 사장을 비롯해 삼성항공 사장을 역임한 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삼성SDS 사장 출신의 김홍기
동부정보기술 사장,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장을 지낸 오영환
동부아남반도체 사장 등 모두 4명이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이명환 ㈜동부·동부정보기술 부회장,삼성화재 부사장 출신인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 등 6명이 삼성 출신으로 채워져 10개 주력 계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동부그룹 전체 임원(180명)의 40% 수준인 70명 이상이 삼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임원은 삼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IT(정보기술)업종의 동부아남반도체 동부정보기술 등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당대 최고라는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삼성 출신 인사들을 많이 뽑고 있다"며 "김준기 회장도 영입인사들의 능력과 전문성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동부가 삼성 출신만 스카우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동부제강에 영입된 이수일 사장은 현대자동차 기획실장과 대한알루미늄공업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동부한농화학과
동부정밀화학을 이끌고 있는 신영균 부회장은 대우조선 사장 출신이다.
결국 동부그룹 내에선 김 회장의 동서로 동부제강과 동부아남반도체를 관장하고 있는 윤대근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동부 출신 최고경영자가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재충원 방식에 대해 그룹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대규모로 이뤄지는 외부 인력 영입이 조직 내부의 결속력을 해칠뿐더러 동부 고유의 기업문화가 실종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부 출신 고참급 임원들의 상당수가 최근 회사를 떠나면서 조직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